수 천만원을 호가하는 위스키가 국내 편의점에 입점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단일 품목중 최고가 상품이다. 이번 기획전에는 글렌그란트1952 외에도 스코틀랜드의 유명 증류소 롱몬이 만든 2150만원 상당의 ‘프라이빗컬렉션 롱몬1966’도 포함됐다. GS25는 이번 기획전과 관련한 별도의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 기획전 시작 당일인 지난 12일에만 156만원 상당의 ‘코노세어 어퍼 글렌토커스1990’ 등 고가 위스키 120여병이 판매됐다.
GS리테일은 최고급 위스키의 희소가치와 소비자의 편의성을 동시에 만족하기 위해 O4O(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전략을 펼쳤다. 도난 등 보안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초고가 위스키 제품은 온라인 플랫폼 ‘와인25플러스’로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고, 수령은 가까운 GS25 편의점 어디에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김유미 GS리테일 주류기획팀 MD는 “오픈 첫날부터 위스키 애호가들의 문의가 많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의 최고급 위스키가 한국의 편의점 문을 두드린 건 국내 위스키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다양한 유통 채널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서울 내 3개 점포에서 ‘발베니12년더블우드’, ‘히비키 하모니’ 등 희소한 위스키 5종을 현장 판매하자 판매 30여분만에 준비한 상품이 모두 완판되기도 했다. 대형마트들은 와인 중심의 해외주류 트렌드가 위스키로 빠르게 옮겨감에 기존의 와인 매대를 위스키 매대로 바꾸기도 한다.
위스키 열풍에 힘입어 ‘K-위스키’ 제조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김창수위스키, 쓰리소사이어티스증류소 등 국내 업체들은 국내산 싱글 몰트 위스키를 내놓으며 글로벌 위스키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창수 대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목표 하나만 두고 10년 넘게 달려왔다”며 “잘만 만들면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위스키를 충분히 제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와 신세계L&B 등 대기업들도 국내에서 위스키 생산에 돌입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다만 열풍이 ‘미풍’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여전하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거셌던 와인 열풍이 한풀 꺾인 것처럼 위스키도 공급량이 늘어나면 인기도 식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의 인기가 개성과 희소가치를 바탕으로 2030세대를 이어졌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트렌드가 계속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위스키가 국내 주류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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