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목을 받는 미국 기밀문서 유출 사건의 용의자가 13일(현지시간) 체포됐다. 검거 과정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미국 정부의 기밀 문건이 처음 유출된 온라인 채팅 '디스코드' 대화방 운영자를 체포했다. 용의자는 공군 주방위군 소속 일병 21세 잭 테세이라다.
미 CNN 등 방송국은 테세이라의 체포 과정을 실시간 중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FBI 요원들은 이날 오후 매세추세츠주 노스다이튼에 있는 모친 집에 테세이라가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집안으로 진입하지 않고 밖에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
빨간색 반바지와 올리브색 반소매 티셔츠 차림의 테세이라는 아주 천천히 뒤로 걸어서 장갑차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했고, 곧바로 체포됐다. 테세이라가 가까운 거리에 올 때까지 무장한 요원들은 장갑차 뒤편에서 이동하지 않았다.
NYT는 요원들이 당시 헬멧과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공격용 소총을 휴대하는 등 중무장 상태였다고 전했다. 하늘에는 정찰용 비행기도 비행하고 있었다.
FBI가 이처럼 병력을 동원한 건 용의자가 군인이고 총기를 소지하고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기밀 문서 유출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어 용의자를 생포하는 게 중요했다.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테세이라를 스파이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파이방지법은 허가받지 않고 미국 정부에 해가 되거나, 적국에 유리한 군사 정보를 반출·소지·전파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반출·소지·전파된 문건 1개당 최대 1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테세이라가 대화방에 올린 문건은 수십건 이상으로 알려졌다. 테세이라가 기소돼 유죄 평결을 받는다면 수십 년 이상, 산술적으로는 최대 수백 년 형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테세이라는 장교 신분도 아닌 군내 하위 계급 병사였다. AP통신은 테세이라가 공군의 정보부 소속이란 직무상 1급 비밀(TOP SECRET)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기자들과 국가안보실에 대한 미국의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판단한 바에 의하면 미국이 우리에게 도·감청을 했다고 확정할만한 단서가 없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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