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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사모펀드의 채권 투자를 제한하고 나섰다. 수익률은 높지만 부도 위험이 높은 회사채 투자를 제한해 채권시장 위험가 다른 부문으로 전이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중국의 대표적인 '숨겨진 채무'로 꼽히는 지방정부융자기구(LGFV) 채권에 대한 투자도 규제 대상에 올랐다.
14일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산하 중국자산운용협회(AMAC)는 최근 사모펀드 신탁회사들과 온라인 회의를 열고 펀드 운용 규제 강화 지침을 전달했다. 신탁회사는 개인과 기업 투자자를 유치해 펀드를 조성한 뒤 자산운용사에 위탁하는 중개인 역할을 한다.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중국 채권 시장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위기 의식에 기한 것으로 차이신은 분석했다. 지침은 신탁회사가 운용사와 계약을 할 때 채권에 대한 투자는 펀드 순자산의 25%를 넘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또 각 펀드의 투자자 모집 또는 청산도 한 달에 한 번만 하도록 했다.
중국 사모펀드 가운데 일부는 고수익 투기등급 채권에 투자를 집중하거나, 자산을 불리기 위해 투자자를 지나치게 자주 모집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런 사모펀드는 국채보다는 회사채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이번 규제는 사실상 회사채 투자 자제를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침은 또 최근 부실 문제가 부상하고 있는 지방정부융자기구(LGFV)가 발행한 채권에 대한 투자도 제한했다. 30명 이상의 개인 투자자가 모인 사모펀드, 특정 개인이 순자산의 50% 이상을 보유한 사모펀드는 LGFV 채권 투자를 금지시켰다.
LGFV는 중국 지방정부가 인프라 투자 목적으로 설립하는 회사다. 지방정부의 토지 등 자산을 담보로 융자를 받거나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지만 LGFV의 부채는 지방정부 계정이 아니라 기업 채무로 잡힌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가 작년 말 기준 160.9%로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가 LGFV의 채무가 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LGFV는 인프라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채무를 상환한다. 사업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 새로운 대출 또는 회사채로 '돌려막기'를 하는 게 현실이다. LGFV가 지난해 4분기 LGFV가 조달한 자금 순증액은 -54억위안(약 1조2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이후 처음 나타난 감소세다. 이는 돌려막기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총 부채가 최대 53조위안(약 1경47조원)으로 추산되는 LGFV의 연쇄 디폴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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