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0억원대 금품 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 대해 '개인적 일탈'이라고 밝힌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 빨리 귀국하라"고 압박했다.
김 대표는 14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을 방문한 뒤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진실이 무엇인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정치인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당대표) 후보로 뛴 사람(송 전 대표)이 자기의 핵심 측근(이 전 부총장), 그리고 당선된 뒤 사무부총장까지 시킨 사람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모른다는 건 지나가는 소도 웃을 소리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송 전 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 9명이 국회의원 등에게 총 9400만원에 달하는 돈 봉투를 살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대표 경선 투표 일정이 임박한 2021년 4월 24일 윤 의원이 지지세를 유지하기 위해 강래구 당시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에게 '국회의원들에게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지시·권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검찰의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 주장하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런 '돈 봉투 살포 의혹'은 금품 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 전 부총장의 휴대폰을 검찰이 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포착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만약 '당대표 당선 목적의 현금 살포'로 결론이 난다면 최종 수혜자로 꼽히는 송 전 대표에 대한 직접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머무는 송 전 대표는 12일(현지시각) 동아일보·채널A 인터뷰에서 "(이 전 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를 감시·감독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당시 당대표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며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두고 '이정근 게이트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해당 의혹이 자신과 무관함을 강조하려 '개인 일탈'로 규정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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