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 지역감염 사례가 보고된 뒤 의심증상이 생기면 병원 등을 찾아 자발적으로 검사 받는 환자가 늘면서다. 방역당국은 엠폭스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한단계 격상했다. 밀접접촉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번지기 때문에 광범위한 확산 위험은 크지 않지만 감염병이 계속 지역사회에 남는 '토착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격리병상에서 입원 치료 받고 있는 이 환자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방역당국은 추가 전파를 막기 위해 이 환자에게 엠폭스를 옮긴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 등을 파악하고 있다.
엠폭스는 그동안 국내서 해외유입 등을 통해 산발적으로 한두건의 환자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 7일 국내 여섯번째 엠폭스 환자가 첫 지역감염 사례로 보고된 뒤 일주일 만에 4명의 지역감염 환자가 추가됐다. 이들은 각각 서울 경기 전남 대구 등에 거주하고 있는 데다 환자들 간 명확한 연결고리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엠폭스 '숨은 감염자'가 예상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역감염 사례가 보고된 뒤 질병청을 통해 의심 증상을 신고하는 환자 등도 늘고 있어 당분간 확진 사례가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엠폭스 감염 환자의 조기발견과 신속한 진단을 위해 국민들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했다.
엠폭스가 유럽과 북미 지역 등에서도 번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같은해 6월 국내서도 첫 해외유입 환자가 나왔다.
인수공통감염병인 이 질환은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 다람쥐 원숭이 등을 만지거나 엠폭스 환자와 접촉하면 감염될 수 있다. 엠폭스에 감염된 임신부를 통해 태아가 감염되기도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엠폭스를 성인 남성 간 성접촉 등을 통해 주로 전파되는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확진자의 95% 이상이 남성이고, 상당수는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다.
엠폭스에 걸리면 발열, 두통, 발진, 림프절 비대 등 일반적인 감염질환 증상을 호소한다. 초기 단순 증상만으로는 수두 홍역이나 일반적인 성병 등과 구분이 어렵다. 엠폭스 환자는 2~4주 정도면 대부분 자연치유된다. 치명률은 1%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의심 증상이 있으면 병원 등을 찾아 조기에 진단 받아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
질병청 역학조사관을 지낸 KMI한국의학연구소의 신상엽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최장 잠복기인 3주(21일) 안에 성접촉 등 밀접접촉 이력이 있고 성기나 항문 등에 수포성 발진이 생긴다면 엠폭스를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전체 감염자의 32.9%를 차지한 흑인은 미국 내 엠폭스 사망자의 86.8%를 차지했다. 흑인 감염자의 사망 위험이 높았다. 감염자 중 HIV 감염자는 44.9%였지만 사망자 중 HIV 감염자는 86.8%였다. HIV 감염자도 엠폭스에 걸리면 사망 위험이 높았다는 의미다.
신 연구위원은 "(해외에선) 지역감염이 확산하면서 여성, 임신부, 소아, 고령층 환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엠폭스는 종식되지 않고 사람 간 전파되는 성병처럼 세계에 토착화돼 계속 발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엠폭스 토착화에 대비해 백신과 치료제 국산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엠폭스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을 맞도록 하는 광범위한 백신 접종보다는 감염 위험이 높은 접촉자를 중심으로 백신을 맞도록 하는 포위접종(링백시네이션)을 시행하고 있다.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노르닉의 진네오스가 예방용으로 미국 유럽 등에서 승인 받았다. 미국 시가테크놀로지의 천연두 치료용 항바이러스제인 티폭스(성분명 테코비라마트)가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이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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