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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8315만헥타르,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땅을 자랑하는 미국에 '땅'이 없어서 공장을 못 짓는다고 하면 믿을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로이터는 25개 경제개발단체, 주 및 지방 공무원, 기업 등을 인용해 "즉시 사용가능한 메가사이트의 부족으로 인해 공장 르네상스가 곧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가사이트는 일반적으로 교통망과 에너지, 노동력이 뒷받침되는 1000에이커 이상의 공장 부지를 말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첨단산업 제조공장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도체과학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의회와 행정부가 보인 구체적인 손짓이다. 법안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노력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fDi 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10억달러 이상 투자와 1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 산업 프로젝트가 총 20개 발표됐다. 2021년 15개, 2020년 8개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기업들이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부지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들의 요구는 구체적이다. 인텔은 오하이오주에 20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때 '철도 노선과 너무 가까운 곳은 어렵다'는 조건을 달았다. 열차가 지나갈 때 생기는 진동이 제조 공정을 방해할 수 있어서다.
폭스바겐의 오프로드 브랜드인 스카우트모터스는 지난해 여름 20억 달러 규모의 조립공장을 지을 부지를 찾기 위해 미국 전역에 74개 부지를 조사했다. 그 중 대부분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어떤 부지에서는 제품과 원료 수송에 필요한 철도를 연결하는 데 6년이 걸렸다. '친환경' 전기자동차 프로젝트에 필요한 청정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없거나 숙련된 노동자가 충분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결국 스카우트모터스는 처음에 원했던 2000에이커보다 더 작은 1600에이커 규모의 사우스캐롤라이나 한 부지에 정착했다.
촉박한 시간도 부지 선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태양광 패널에 사용되는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큐빅PV는 지난해 8월 IRA가 통과된 직후부터 100~130에이커 규모 부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2025년 기공식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설비 건설에만 2~3년이 걸렸다.
뉴마크 그룹의 그레그 바스만스도르프 글로벌전략컨설팀당당 수석 전무는 "전국적으로 개발 단계가 매우 다양한 진정한 메가사이트가 아직 20곳도 채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제개발파트너십 최고경영자인 크리스토퍼 정은 "모든 기업이 바로 첫 삽을 뜰 수 있는 메가사이트를 원하지만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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