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은 사회봉사 10시간과 출석정지 17일에 그쳤다. 복귀 후 욕설과 따돌림이 이어졌다. A군은 결국 야구선수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선·후배 간의 관계가 전체 진로를 좌우하는 예술계 등에서도 학폭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대 음대 대학원에 다니는 C씨는 해당 분야 선배이자 교수인 D씨로부터 지속적인 신체 접촉 등의 성희롱을 당했다. 그가 해외 학회 출장 중에 숙소에 강제 침입한 일도 있었다. C씨는 진로에 방해될 수 있다는 생각에 수년간 참은 끝에 학교 측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해당 교수는 해임됐다. 이동현 법무법인 더앤 변호사는 “예체능 계열 학폭은 긴 시간 괴롭힘을 당하다가 그만둔 뒤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취직한 30대 초반 여성 김모씨는 “야근수당과 추가 근무수당을 더 챙겨달라”는 부서장의 요구를 거절한 후 사원들이 모인 회의 자리에서 “×× 새끼” 등의 욕설을 수시로 들었다. 김씨는 “인격 모독을 당하면서도 회사 규모가 작아 별다른 저항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지만 가해자와 하루 종일 같이 일하다가 결국 직장을 그만뒀다.
‘상명하복’ 문화가 심한 경찰과 군에서도 이런 ‘갑질’이 끊이지 않는다. 경찰청은 이날 부하 직원을 상대로 갑질한 C모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에게 직권 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는 경리계 일반직 공무원 B씨에게 자비로 화환을 배송하라고 지시하는 등 예산지침을 어기고 부당한 인사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근무 장소를 변경하거나 유급휴가를 갈수 있다. 그러나 직장 규모가 작으면 부서를 옮기더라도 별 효과가 없다.
이광식/최해련/박시온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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