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산 전구체로 밸류체인 강화"…LG화학, 배터리 약한고리 끊는다

입력 2023-04-14 18:20   수정 2023-05-04 17:29

LG화학이 한국 배터리 공급망에서 ‘약한 고리’로 꼽히던 전구체의 국내 생산을 확대한다. 전구체는 배터리 양극재 가격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지만 중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90% 이상일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LG화학이 전북 새만금에 연산 5만t 규모의 전구체 합작 공장을 짓는 것은 ‘전구체 탈(脫)중국’에 나서기 위해서다. 원료 단계인 전구체까지 투자를 확장해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각국의 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LG그룹은 이를 통해 전구체부터 양극재, 배터리 셀(LG에너지솔루션)에 이르기까지 그룹 전체의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전구체까지 밸류체인 확장
LG화학이 국내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6월 착공한 울산공장(연산 2만t)에 이어 두 번째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된 전구체는 LG화학의 글로벌 양극재 공장 등에 공급돼 소재로 쓰인다. 이 양극재를 받은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공장 등에서 배터리 셀을 제조한 뒤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최종 납품한다.

LG화학은 이번에도 중국 전구체·양극재 생산 기업인 화유코발트를 합작 파트너로 선택했다. 2018년 이미 중국에 전구체 합작 공장(연산 4만t)을 설립해 기술 교류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토대로 생산량을 빠르게 늘려가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구체 제조에는 양극재만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진 않지만 생산 중인 양극재에 중국 전구체가 주로 적용되고 있어 공급 안정성을 위해 합작을 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구체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을 배합해 만드는 양극재의 원료다. 원자재를 배합한 중간재이다 보니 리튬·니켈 등 광산이 많은 중국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광물을 가공·제련하는 단계에서 오염물질이 다수 발생하는 데다 공정이 노동집약적이라는 점에서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 전구체 생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소재업체, 전구체 투자 확대
LG화학이 원료 단계인 전구체 생산에까지 뛰어든 데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도 있다. IRA에 따르면 배터리 광물을 가공할 때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전체의 50%를 넘어야 한다. 이런 과정으로 제조한 광물 비중이 40%(올해 기준) 이상이어야 해당 광물을 적용한 전기차가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전구체는 광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한국에서 생산하면 IRA 규정에 부합하는 소재를 공급할 수 있다. 중국에서 생산한 광물 비중을 줄여야 하는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은 국산 소재업체들에 전구체 공급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유코발트가 미국 정부로부터 우려단체로 지정돼 IRA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 물량을 유럽 등 다른 공장에 공급하면 된다”며 “미국만 시장이 있는 것은 아니며 한국 배터리업체 공장은 세계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SK온과 에코프로가 중국 거린메이(GEM)와 함께 1조2000억원을 들여 새만금에 연산 5만t 규모 전구체 공장을 연내 착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화학뿐 아니라 포스코퓨처엠(옛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그룹, 고려아연, 엘앤에프 등도 국내 전구체 생산, 투자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각각 경북 구미와 전남 광양에 연산 5000t 전구체 공장을 가동 중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경북 포항에 연산 5만t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2024년엔 연간 8만t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한다. 엘앤에프도 국내 첫 전구체 공장 투자를 검토 중이다.

김형규/강미선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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