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왓챠' 생사 갈림길…적자 늘고, 이용자 반토막

입력 2023-04-14 18:39   수정 2023-04-26 20:28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스타트업 왓챠가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신규 투자에 사용할 현금성 자산은 바닥이 드러났다. 넷플릭스 티빙 등 국내외 대형 OTT 사이에서 근근이 버텨왔지만 이른바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콘텐츠 투자 경쟁에서 밀리며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올라온 지난해 왓챠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매출(연결 기준)은 733억원으로 전년(708억원)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손실은 248억원에서 555억원으로 커졌다. 왓챠의 감사를 맡은 신한회계법인은 감사 의견으로 ‘계속기업의 불확실성’을 제시했다. 부채가 자산보다 과도하게 많아 지속 가능한 기업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기준 왓챠의 유동부채(기업 부채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는 유동자산보다 323억원 더 많았다. 현금성 자산이 2021년 말 281억원에서 작년 말 42억원으로 쪼그라든 것도 부담이다.

국내외 OTT업체들은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을 콘텐츠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TV 등 글로벌 기업들과 티빙(CJ), 웨이브(SK텔레콤) 등은 매년 수백억~수천억원을 투입했다. 티빙과 웨이브도 출혈 경쟁으로 지난해 각각 1192억원과 12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왓챠도 시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콘텐츠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었는데 경쟁 업체 공세에 밀려 올 2월 이용자는 2년 전(139만 명)의 절반 수준인 71만 명으로 감소했다.

최근 투자 유치 실패로 막다른 길에 몰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왓챠는 지난해 상반기 10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에 나섰다. 하지만 투자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작년 하반기에는 회사 매각 카드까지 꺼냈다. LG유플러스, 웨이브, 리디 등이 인수 사업자로 거론됐지만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왓챠는 효율적인 자금 집행으로 이번 위기를 넘기겠다는 계획이다. 자사의 콘텐츠 리뷰 서비스인 왓챠피디아가 보유한 국내외 최고 수준의 이용자 평점 데이터(6억5000만 개 이상)를 올해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인기몰이에 성공한 드라마 ‘시맨틱 에러’도 인공지능(AI)으로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제작했다. 왓챠 관계자는 “다른 OTT 서비스에서는 볼 수 없는 콘텐츠로 소비자를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자 확대를 위해 광고 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콘텐츠 상영 중간에 광고를 내보내는 대신 이용료를 낮추는 요금제다.

OTT업계 관계자는 “투자 시장이 꺾이면서 OTT업계의 외부 수혈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OTT 시장의 이용자 이탈까지 나타나고 있어 기댈 언덕이 없는 하위 업체들은 실적 반등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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