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목동 5만3000여 가구를 한 번에 허가를 내주겠습니까. 이번에 안 되면 또 10년 기다려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올초 안전진단 문턱을 잇달아 통과한 데 이어 정비계획 수립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재건축사업에서 다른 단지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서울시가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인허가 절차 단축)이나, 조합 대신 신탁 방식 재건축을 검토하는 단지도 나타나고 있다.
구청에 정비계획안을 제출하려면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비계획안이 나오고 구청에 제출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목동12단지는 지난달 정비계획안을 마련하고 이례적으로 한 달 만에 구청에 정비계획안을 제출했다. 구청 관계자는 “하반기 3~4개 단지가 정비계획안을 제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목동 단지들이 주민 동의를 받아 정비계획안을 구청에 내면 구청은 이를 검토한 뒤 서울시에 입안한다. 서울시가 꾸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계획이 확정되고 정비구역이 지정되면 재건축사업 준비 단계가 끝난 것으로 업계는 본다. 이후 재건축추진위가 조합설립 인가를 받고, 건축심의와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나면 철거와 함께 공사가 시작된다. 정비구역이 확정된 뒤부터 착공 단계까지 평균 7년 걸린다.
준공까지 갈 길이 멀지만 목동 입주민 사이에는 재건축 순번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현재 2만6629가구인 목동 재건축 단지들이 일제히 공사를 시작할 수는 없다는 게 서울시와 양천구의 입장이다. 5단지와 6단지처럼 서울시 신통기획을 추진하는 단지와 조합 대신 전문성이 있는 신탁사에 재건축사업을 맡기는 신탁 방식을 고려하는 단지가 적지 않은 이유다. 목동7단지 준비위는 조만간 주민을 대상으로 신탁 방식 재건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할 예정이다. 한 재건축추진준비위 관계자는 “대부분의 단지가 정비계획안 주민 동의서를 받는 동시에 신통기획과 신탁 방식 찬반 의견도 묻고 있다”고 전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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