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딸 한모 씨가 미국 명문대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제기된 청원에 대해 한 장관이 어떤 대응을 할지 이목이 쏠린다.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 '체인지'에 지난 9일 'MIT는 사기꾼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MIT shouldn’t be a playground for cheaters)'라는 청원이 게재됐다. 해당 글은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 커뮤니티 '미주 엄마들'(Miju Moms)이 작성했다.
한 장관은 고소, 고발에 적극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 5월 임명 후에만 3건의 고소, 고발이 이뤄졌다. 특히 딸 한 씨와 관련한 '엄마 찬스' 의혹에 대해서는 지난해 5월 인사청문회가 진행될 당시 이를 제기했던 기자 등을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허위 사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청원에서 언급한 기부와 봉사 활동 의혹은 앞서 보도된 내용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한 장관의 대응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당시 해당 매체는 한 장관의 딸이 어머니의 인맥을 이용해서 한 기업으로부터 중고 노트북을 후원받아 대학 진학을 위한 '기부 스펙'을 쌓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 장관 측은 "해당 기업은 내규에 따른 공정한 심사를 거치고 복지시설 측과 기증 절차를 협의한 후 직접 기업 명의로 기증한 것이다. 정상적인 봉사활동을 무리한 프레임 씌우기로 폄훼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면서 고소를 진행했다.
청원에는 "지난 2022년 한인 자매가 논문 표절 논란에도 유펜(UPen·펜실베이니아대) 치과 프로그램에 합격했다"며 "올해는 이 자매와 공모한 또 다른 학생이 MIT에 합격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이 지목한 한인 자매는 한동훈 장관의 처조카이며 이들과 공모한 또 다른 학생은 한 장관의 딸이다.
이들은 한동훈 장관의 딸이 논문을 표절하고, 다른 사람의 연구물을 자신의 것처럼 출판하는 저작권 위반과 경력 부풀리기 등의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모든 행위를 "미국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 학생의 MIT 지원서에 어떤 자료가 포함됐는지 알 수 없지만,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이력서를 꾸미려 시도한 것은 사실"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한동훈 장관의 딸의 MIT 합격에 대해 "사회적 배경, 맥락과 별개로 검토할 수 있는 우연한 에피소드가 아니다"며 "그녀의 합격은 특권층의 조작으로 인해 긴장과 불평등으로 가득 찬 오늘날 대학 입학 시스템에서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위험 신호"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해당 청원이 국내 천야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지난 12일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청원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번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해당 청원을 놓고 공방이 펼쳐졌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14일 YTN과 인터뷰에서 "광기 어린 팬덤으로 국가망신"이라고 비난했다. 이어서 "한 장관 딸은 명문학교(채드윅송도국제학교)에서 내신 만점(4년 내내 모든 과목 7점 만점)을 받고 미국 대학 입학시험인 ACT도 만점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장 최고위원은 또 "우리나라로 치면 수시 입학이 아니라 정시로 (MIT에) 입학한 것"이라며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한 장관 딸 낙방 운동에 대해 "집단 광란, 병이야 병"이라며 "민주당 지지층이 나라 안팎에서 사이비 종교집단이 됐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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