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 팀 트로피 대회가 시작할 때만 해도 한국을 주목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평균 나이 20세로 이번 대회 출전국 가운데 가장 어린 선수들로 구성된 데다 이 대회 출전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피겨 사상 첫 도전에 나선 선수들은 부담감 대신 ‘즐기기’를 안았다. 그리고 새 역사를 썼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대표팀이 일본 도쿄에서 지난 15일 막을 내린 ISU 월드 팀 트로피 대회에서 미국에 이어 종합 준우승을 차지했다. ‘캡틴’ 차준환(21)과 이해인(18) 등의 활약에 힘입어 랭킹 포인트 95점을 달성했다. 한국 대표팀은 우승 후보로 꼽힌 일본(94점)을 1점 차로 제치면서 목표(동메달)를 뛰어넘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그동안 혼성 종목인 페어와 아이스댄스에서 선수 부족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올해 처음으로 차준환·이시형(22·남자싱글), 김예림(20)·이해인(여자싱글), 조혜진(17)·스티븐 애드콕(27·페어), 임해나(18)·취안예(21·아이스댄스)로 팀을 짰다. 페어와 아이스댄스는 같은 조 두 선수 중 한 명의 국적을 택해 출전할 수 있다.
이 중 단체전 경험이 있는 선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단체전에 출전한 차준환뿐이었다. 하지만 패기와 자신감, 열정만큼은 다른 대표팀을 압도했다. 선수들은 부담감 없이 이번 대회를 최대한 즐기는 데 집중했다.
‘피겨장군’ 김예림은 점수를 확인하는 ‘키스&크라이’ 존에서 장난감 칼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쳤고, ‘삐약이’ 별명을 가진 이해인은 병아리 인형을 들고 귀여운 포즈를 취했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007 제임스 본드’를 본떠 장난감 총을 쏘는 세리머니를 했다. 팀 코리아가 서로를 응원하고 함께 기뻐하는 모습은 중계 카메라에 계속 잡히기도 했다.
대미를 장식한 건 차준환이었다. 마지막 날 프리스케이팅이 팀의 메달 색깔을 결정하는 순간, 앞서 남자싱글 쇼트프로그램 101.33점(2위)을 적어낸 차준환이 프리스케이팅 187.82점으로 1위에 올랐다. 차준환은 두 번의 4회전 점프 등 고난도 기술을 선보이며 23점을 대표팀에 선사했다. 차준환은 대회를 마친 뒤 “한국 대표팀이 자랑스럽다”며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는 대회를 즐겼고, 푹 빠져서 연기했다”고 했다. 한국 피겨스케이팅 대표팀은 17일 귀국한다.
안시욱/조수영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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