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이라 불린 전세 사기 일당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숨진 20대 청년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대책위원 17일 "전세 사기 피해자 A(26) 씨의 발인이 16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고 밝혔다.
A 씨는 125억원대 전세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축업자 B(61) 씨로부터 오피스텔 전세 보증금 9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다.
A 씨는 사망하기 며칠 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2만원만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수도 요금 6만원을 제때 내지 못해 단수 예고장을 받는 등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었다. 숨진 A 씨의 지갑에 있던 현금은 2000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을 고려해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취업했다. 인천 남동공단 등지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2019년 680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마련했다가 2021년 8월 재계약 때는 임대인의 요구로 전세금을 9000만원으로 올려줬다.
그렇지만 이 오피스텔은 이미 2019년에 1억8000만원이 넘는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였고, 지난해엔 임의 경매(담보권 실행 경매)로 넘어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낙찰자가 나오더라도 A 씨가 돌려받을 수 있는 최우선 변제금은 3400만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5600만원은 고스란히 날아가게 된 것.
A 씨는 올해 초까지 대책위에 참석하며 활동했지만, 이후 생업을 위해 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A 씨는 올여름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전세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A 씨의 숨진 채 발견된 오피스텔에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극심한 생활고 때문에 A 씨가 힘들어했던 만큼 전세 사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추측이다.
B 씨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숨진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월 28일에도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보증금 7000만원을 받지 못한 30대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B 씨는 2009년경부터 타인 명의로 토지를 매입하고 주택을 지은 뒤 금융권 대출과 전세보증금을 받아 다시 집을 짓는 방식을 반복했다. 남 씨가 실소유한 주택은 확인된 것만 2708채다.
또한 대출이자 연체 등으로 경매에 넘어갈 것을 알면서도 전세 계약을 체결해 161가구의 전세보증금 125억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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