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2021년에 집중적으로 M&A에 나섰던 기업들의 영업권이 대거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국내 M&A 시장 규모는 134조1000억원에 달했다. 평년 규모가 작년(78조7000억원)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M&A 열기가 그만큼 뜨거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카카오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7015억원의 영업권이 손상됐다. 2021년 500대 기업 중 M&A 규모 1위를 기록한 대가가 컸다. 모바일서비스(6024억원)에서 손상 규모가 가장 컸다. 2021년 M&A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수에 적극적이던 넷마블도 영업권 805억원이 손상됐다. 애니메이션 기업 키링, 게임운영 기업 앱스크롤스, 운동앱 티엘엑스패스 등 2020~2021년 인수한 기업의 영업권을 덜어낸 결과다. NHN도 195억원의 영업권 손상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7749억원에 인수하면서 생긴 영업권 3027억원 가운데 358억원이 손상됐다고 보고했다. 지누스 지난해 영업이익은 한 해 전보다 11.8% 감소한 656억원을 기록했다.
스타트업을 인수한 기업의 영업권도 손상됐다. GS리테일은 지난해 1월 푸드 스타트업 쿠캣을 인수하면서 발생한 영업권 435억원 가운데 96억원이 손상됐다고 보고했다.
롯데가 대표적이다. 롯데는 2004년 이후 현재까지 20여 건, 총 14조원 규모의 대형 M&A를 주도해왔다. 롯데쇼핑의 영업권은 지난해 8868억원으로 전체 자산(6조1795억원)의 14.3%를 차지할 정도다.
올해는 2012년 인수한 롯데하이마트가 영업권 손상의 핵심이 됐다. 롯데쇼핑은 계열사 롯데하이마트에 대해 작년 2976억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보고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영업손실 520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 전환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매출도 13.8% 감소한 3조3368억원을 기록했다.
롯데그룹은 M&A 붐이 일었던 2021년부터 중고나라(300억원)와 한샘(2995억원), 일진머티리얼즈(2조7000억원) 등 7개 기업을 인수했다. 올해 영업권 손상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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