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국내 대형 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 해외 법인에 대해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 국내 증권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최근 둔화된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해선 장기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코너스톤(초석) 투자자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17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2차 릴레이 세미나’에서 이같은 방침을 밝혔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종투사 해외 현지법인의 기업 신용공여에 대한 영업용 순자본 비율(NCR) 규제를 합리화할 것”이라며 “종투사 해외법인에 대해서도 모기업인 종투사와 동일한 위험값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NCR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 지표다. 영업용 순자본에서 총 위험액을 뺀 금액을 필요 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다. 위험액에 적용된 위험값이 클 수록 NCR이 낮아진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모든 증권사는 NCR 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증권사가 국내 기업에 자금을 빌려줄 때는 해당 기업의 신용 등급에 따라 대출금에 대한 위험값을 차등해서 적용하고 있다. 1.6~32% 범위로 통상 10~20%를 적용한다.
반면 증권사 해외 법인이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땐 위험값을 100%로 일률 적용해왔다. NCR이 높지 않은 증권사가 해외 법인을 통해 현지 대출을 하는 등 글로벌 사업을 적극 키우기 어려웠던 이유다.
당국은 기존 규정을 개정해 종투사 해외 법인에도 모기업(종투사)과 같은 대출 위험값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윤수 국장은 “정부는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조치는 9개 종투사에 적용된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등이다. 작년 말 기준 증권사들은 총 14개국에 진출해 현지법인 55곳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현지법인 12개), 한국투자증권(9개), NH투자증권(6개), 신한투자증권(5개), 삼성증권(3개) 등이다.
이날 금융위는 IPO 시장에 대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국회 입법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코너스톤 투자자는 기관투자자가 특정 기업의 IPO 전에 공모가를 모르는 상태에서 공모주 일부를 인수하겠다고 약정하는 제도다. 금융위는 이 제도가 공모가격의 신뢰성을 높이고, 공모주 장기 투자를 독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윤수 국장은 “앞서 발표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폐지, 상장회사 영문 공시 확대, 배당절차 개선 등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국내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 공동주최, 금융위와 거래소 후원으로 열렸다. 금융위 등은 국내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자본시장 릴레이 세미나를 열고 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금융투자업이 주요국과 경쟁할 수 있도록 투자은행(IB) 규모를 키워 글로벌 진출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다른 금융업종과 동반 진출하거나 대기업·국민연금을 비롯한 여러 플레이어를 활용한 해외시장 개척도 필요하다”고 했다.
손 이사장은 “금융 시장도 K팝의 성공 전략을 벤치마킹할 만 하다”며 “국내 시장이 협소하다고 본 K팝이 치밀한 글로벌화 전략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한 것처럼 금융도 국내외 시장을 아울러 고려한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각투자형 신종증권 시장 개설, 파생시장 거래시간 단계적 확대, 장외파생상품 청산 대상 확대 등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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