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 아·태국장은 아시아 국가에 대한 경제·금융 상황 감시와 비상시 구제금융을 포함한 지원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임기는 3년이지만 연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IMF 집행부는 총재 아래 4명의 부총재와 함께 20명가량의 국장이 있다. 이 중 지역담당 국장은 5명이다. 아시아·태평양, 아프리카, 유럽, 중동·중앙아시아, 미주 등 5개 지역을 나눠 맡는다.
아·태국장은 한국과는 악연이 깊은 자리다. 외환위기 한파가 몰아닥친 1997년 11월 서울 힐튼호텔에서 벌어진 IMF와의 협상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은 휴버트 나이스 아·태국장의 혹독한 구조조정안에 치를 떨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나이스 국장은 고금리·고환율·고강도 긴축 프로그램을 앞세워 외환이 바닥난 한국 경제에 전대미문의 고통을 강요했다. 정부와 언론은 나이스 국장에게 ‘저승사자’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나이스 국장은 2000년 아·태국장에서 물러난 후 도이체방크 아시아담당 회장을 지냈다.
이후 선임된 아·태국장 모두 한국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주도하던 인물들이다. 나이스 국장 후임인 호리구치 유스케 국장은 1998년부터 아·태부국장을 지내면서 나이스 국장을 보좌했다. 유스케는 당시 한국을 찾을 때마다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퇴임 후 국제금융협회(IIF) 전무를 지냈다. 영국 출신 데이비드 버튼 국장(2002~2008년 재임)과 인도 출신 아눕 싱 국장(2008~2013년)도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 실무진으로 근무했다.
2013년엔 아·태국장 자리에 한국인이 처음으로 임명됐다. 주인공은 현 한국은행 총재인 이창용 당시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통상 아·태국장은 IMF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이 맡는 자리다. 그럼에도 당시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현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아시아 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깊은 통찰력을 인정해 그를 선임했다. 이 총재는 이듬해인 2014년부터 작년 초까지 8년 이상 재임했다.
이 총재 후임은 작년 8월부터 스리니바산 국장이 맡고 있다. 인도 출신인 스리니바산은 아·태부국장을 지내는 등 1994년부터 IMF에 근무했다. 아·태국장 휘하엔 부국장이 겸직하는 한국 담당과장(미션단장)이라는 자리도 있다. 매년 IMF가 한국 정부와 진행하는 연례협의 단장을 맡는다. 경제부총리에게 면담 결과를 보고하고, 조언을 하는 등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워가 아·태국장 못지않다는 평가다. 임기는 짧게는 1년에서 길어야 3년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2명이 이 자리를 거쳤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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