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 보험(기업 중대사고 배상책임 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지난달 22일 기준 총 271곳이다. 작년 5월 말 관련 상품이 나온 뒤 10개월 만에 월평균 27곳가량 늘어났다. 현대자동차와 계열사를 포함해 대기업도 71곳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기업이 보험료로 낸 돈만 총 155억5000만원에 달한다. 보험금을 지급한 사례는 아직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자의 책임이 인정되면 손해 발생액의 최대 다섯 배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 보험은 이런 ‘징벌적 손해배상’ 외에 고소·고발에 따른 변호사 선임비 등 형사 방어 비용을 보상한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기업 대표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회사가 대신 부담하면 배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중대재해 보험에 가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 보험은 지난해 5월 말 금융감독원이 판매를 허가했다. 이후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등 8개 손해보험사가 상품을 내놨다.
상품 초기에는 가입이 뜸했지만, CEO 기소 사례가 늘면서 중대재해 보험에 가입하는 기업과 가입 문의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CEO나 총수가 검찰에 기소된 기업은 삼표산업, 한국제강 등 14곳이다. 이 중 건설사인 온유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판결이 확정됐다.
곽용희/이호기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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