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 11일은 세계 파킨슨의 날이다.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환자 치료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파킨슨병은 3대 노인성 뇌질환 중 하나다.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꼽힌다. 몸이 떨리거나 잘 걷지 못하는 증상, 목소리가 작아졌거나 얼굴 표정이 굳는 증상이 반복되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미국 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도 이 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파킨슨병이 왜 발병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제초제나 살충제 같은 농약 성분, 이산화질소 같은 대기오염 물질의 환경적 요인이 파킨슨병 발병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만큼 확실한 원인은 아니다.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지만 유전자 돌연변이 탓에 생기는 파킨슨병은 전체의 5% 이내다. 파킨슨병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더디게 하는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유전체 ‘게놈’ 연구를 통해 유전자 변형의 원인적 역할을 규명하고 환자 개개인에 맞는 맞춤 치료제 개발을 위해 세계 의·과학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크게 ‘과잉행동’과 ‘과소행동’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과잉행동의 대표 증상은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몸이 떨리는 것이다. 과소행동은 말과 행동이 느려지거나 둔해지는 증상이다. 냄새를 맡지 못하거나 침을 흘리는 것도 과소행동에 포함된다. 고령 환자는 이런 증상이 생겨도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 이 때문에 파킨슨병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다가 배우자를 때리거나 침대에서 떨어지는 증상도 파킨슨병 초기 증상일 수 있다. 대변을 잘 보지 못하는 증상도 마찬가지다. 손으로 단추를 채우는 것이 어렵거나 빈뇨 변비 등을 호소하는 것도 의심증상에 포함될 수 있다. 안태범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에는 파킨슨병을 진단할 때 떨림이나 느려짐 등 운동증상 뿐 아니라 치매를 포함한 우울증, 후각 이상, 수면장애 등 비운동 증상도 상당히 중요해졌다고 보고 있다”며 “파킨슨병 관련 유전자가 많이 발견되면서 질병에 대한 이해도 더 깊어졌다”고 했다.
파킨슨병 환자에게 운동은 상당히 중요하다. 파킨슨병 환자는 몸의 근육이 경직되고 근육 움직임이 느려지며, 자세가 구부정해진다. 이 때문에 스트레칭 체조와 유산소 운동을 매일 1~2시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뇌에 좋은 비타민 C·E가 많이 포함된 사과, 딸기, 귤, 오렌지, 키위 등의 과일과 양배추, 브로콜리, 녹색 채소 등을 많이 섭취하는 것도 좋다. 낮에 적당량의 햇빛을 쬐고 잠자리에 들기 2~3시간 전이나 오후 8시 이후에는 TV시청과 휴대폰,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환자가 스스로 관리에 나설 수 있도록 의료진의 도움도 필요하다. 안 교수는 “의학적으로 정의되지 않는 문제라도 증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파킨슨증후군 같은 경우 병이 심하고 경과도 좋지 않을 때가 많은데 환자에게 진실하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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