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하남시 덕풍동의 한 도로에서 50대 남성이 만취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숨졌다. 피해자는 아내와 분식집을 운영하던 세 아이의 아빠였으며 떡볶이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는 면허정지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음주운전 사고가 잇따르자,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를 당하였을 때 ‘가해자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 손해 및 위자료의 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범죄피해자나 유족을 지원하는 ‘범죄피해구조금’ 제도는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를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지 않다. 치안을 책임지지 못한 국가가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취지이기에 교통사고 같은 과실 범죄는 구조 대상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통사고 피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교통사고를 기점으로 평균 392만 원에서 161만 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으며, 피해자 유자녀의 평균 나이는 15세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18일 "음주운전 가해자가 피해 자녀 양육비 책임져야 한다"는 소송촉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정 부의장은 이날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에 음주운전으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 혹은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중상을 입은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의 미성년자녀에 대한 양육비용을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겼다고 설명했다.
정 부의장은 "음주운전 피해로 부모를 잃은 자녀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을 잃은 상실감에 노출되지만 지원책은 미비한 실정"이라며 "음주운전은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피해 가정을 한순간에 파탄 내는 중대 범죄인 만큼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개정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피해 가정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직접 양육 책임을 지는 방안을 포함, 실효성 있는 대책들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법은 미국의 테네시주에서 올 1월 시행해 현재는 미국 전역 20여 개가 넘는 주에서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인 ‘이든, 헤일리, 벤틀리법’(Ethan's, Hailey's, and Bentley's law) 과 유사하다.
‘이든, 헤일리, 벤틀리법’ 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피해자들의 이름을 따 제정됐다. 2019년 미국 테네시주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이든과 헤일리’, 2021년 미주리주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부모와 동생을 잃은 ‘벤틀리’ 의 이름을 법률명에 반영한 것이다. 현재 미국에선 테네시주를 중심으로 처음 입법 청원이 이뤄진 미주리주 등 약 20개 주에서 해당 법안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경찰이 4월 14일 오후 1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전국에서 진행한 음주운전 단속에서 55명이 적발됐다. 2021년 한 해 동안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206명에 달하는 등 음주운전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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