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한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언젠간 지기 때문이라고. 만개한 꽃잎이 곧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그 순간이 더욱 아름답고, 소중하게 보인다는 얘기다.
화가 문철(68)은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포착해 캔버스에 담았다.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에서 19일 개막하는 개인전 '더 모멘츠(The Moments)'에서 활짝 핀 장미들의 순간을 포착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문 작가가 순수미술 화가로서 여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그는 원래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미대 교수였다. 30여 년간의 교직생활을 거쳐 정년 퇴임한 후 순수회화로 눈을 돌려 전업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 공개된 '더 모멘츠' 시리즈는 활짝 핀 장미를 오색 빛깔로 사실감 넘치게 표현했다.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실제 존재하는 것 이상으로 문철의 장미 그림은 유혹적이고 리얼리티가 숨 쉬고 있다"고 평가했다.
만개한 장미를 통해 문 작가가 전달하고 싶었던 건 '순간의 소중함'이다. "일상에서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이 존재의 소중함을 느끼는 방법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처럼, 활짝 핀 장미의 찰나 속에서 경이로움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작가는 관객들에게 묻는다. "제일 화려한 순간, 시들기 직전의 그 찰나. 우리의 삶에서 그런 때가 언제인가. 그 순간을 의식할 때가, 즉 시간 위에서 깨어있는 그 때가 우리의 화양연화가 아닐까."
전시는 5월 2일까지 열린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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