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정부와 택시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작년 3분기(7월~9월)부터 택시 면허 없이 렌터카를 빌려 운행하는 ‘타입1’ 형태의 플랫폼 운송사업자에 기여금 부과를 중단했다.
타입1은 정부가 2020년 3월 타다 운행을 금지하고 새로운 택시 운송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면서 나온 택시 혁신 모델이다. 이들은 △전체 매출의 5% △운행횟수당 800원 △허가대수당 월 40만 원 중 하나를 선택해 기여금을 낸다. 타입1에 참여한 레인포컴퍼니와 파파모빌리티, 코액터스 등 세 곳이 약 3500만 원 정도의 기여금을 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해당 기여금이 사실상 정부가 부과하는 부담금으로 봐야 한다며 부과를 중단시켰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을 먼저 해야 한다”며 “새 법안이 통과하지 않는 한 정부가 기여금을 부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2020년 이른바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당시에도 법안 졸속 처리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한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현 경기 하남시장)이 “기여금을 받는 게 법 취지상 문제가 없느냐”고 묻자 김 차관(현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법에 근거가 있다”고 답하며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어 타다 금지법을 주도적으로 발의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국회에서 처리가 되지 않으면 현장에서의 갈등이 더 또 촉발될 수밖에 없다”며 법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업계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없이 기여금을 부과하는 게 옳지 않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끊임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택시 업계를 의식한 정부와 민주당은 이에 대해 “법적 근거가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당시 법안 논의 과정을 지켜봤단 한 택시 공유 사업체의 한 임원은 “25만 명의 택시기사 ‘표심’에 법 논리와 과정, 절차는 철저히 무시하고 법안 통과에만 혈안이 됐다”며 “기여금을 부과하는 건 법 형식상 맞지 않는다는 업계 호소 역시 들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와 카풀 시간제한 등으로 접점을 찾아갔던 택시업계는 돌연 ‘카풀 서비스 전면 중단’을 요구했고 결국 관철됐다. 잇단 반대 집회와 택시 기사의 분신에 정치권이 항복한 것이다.
이런 자신감은 타다로 이어졌다. 우버와 카풀을 멈춰 세운 택시업계는 타다 중단을 처음부터 자신했다. 택시업계의 끈질긴 압박에 국토위 소속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총대를 멨다. 박 의원은 ‘을’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지난 10월 승합차를 한 번에 6시간 이상 렌트할 때만 빌려주거나, 특정 장소에서만 사업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으로 타다를 무력화했다.
제대로 된 검토도 없이 통과된 타다 금지법은 현재 새로운 유형의 혁신 택시 사업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법적 근거도 없는 부과금에 이어 겹겹이 쌓은 규제로 성장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토부와 민주당이 택시 업계 눈치를 보느라 법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이라며 “혁신 기업의 성장을 막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김우섭/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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