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온지 꽤 됐는데도 이런 관심을 받은 것은 그동안 지지해 준 독자들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저한테 가장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
<고래> 영어판으로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작에 이름을 올린 천명관 작가는 오랜 기간 애정을 쏟아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먼저 전했다. 그는 18일 최종 후보 발표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학생 때 읽은 책이 최종 후보가 돼서 기분 좋다는 지인도 있었다"며 "옛날에 읽은 분들과 최근에 읽은 분들 모두 입소문을 지속적으로 내주시면서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수상한 것은 아니라서 1차 후보에 올랐을 때나 지금이나 별 생각없이 담담하다"고 말했다. 아직 기뻐하기는 이르다는 뜻이었다.
영국 부커재단은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6개 작품을 2023년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로 발표했다. 한국 작품 중 천명관의 <고래>는 지난달 14일 1차 후보로 선정된 데 이어 마침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고래>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된 것은 작년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일어난 경사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1차 후보로 롱리스트 13편을 발표한 뒤 최종 후보인 쇼트리스트 6편을 선정한다. 수상작은 다음달 23일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가려진다. 최종 후보에는 <고래>를 비롯해 프랑스 작가 마리즈 콩테의 <신세계의 복음>, 멕시코 작가 과달루페 네텔의 <스틸 본> 등이 포함됐다.
<고래>는 한국 작품으로서는 네 번째로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처음 받았다. 2018년에는 한강의 <흰>도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지난해 정보라의 <저주토끼>가 최종 후보가 됐다. 1차 후보에 선정된 작품은 2019년 황석영의 <해질 무렵>, 지난해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 등이 있다.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고래>는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이번 후보 지명으로 19년 만에 다시 주목받았다.
<고래>는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을 둘러싼 인물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앞서 1차 후보 선정 당시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고래>에 대해 "사악한 유머로 가득한 소설"이라며 유머와 무질서로 전통적 스타일을 전복하는 문학 양식인 '카니발레스크' 동화라고 칭했다. 이날 최종 후보로 발표하면서도 "이런 소설은 없었다"며 "읽어보길 추천한다, 에너지에 휩쓸린다"고 평가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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