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중식 단가는 2017년 이후 4000원(중앙동 4500원)으로 고정돼 있다. 민간 기업 구내식당 단가(7000~8000원)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 가격에 맞추다 보니 품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게 공무원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통상 정부 및 대기업 등 대규모 구내식당은 식수 인원이 보장되고, 이용률이 높아 급식업체가 선호하는 ‘알짜 사업장’이다. 그럼에도 구내식당을 위탁운영하는 민간 급식업체들은 발을 빼는 모양새다. 단가가 낮게 책정돼 품질을 높이지 못하고, 이 때문에 식수 인원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세종청사 1단계(1·2·5·6동) 식당과 중앙동은 올해부터 모두 본푸드서비스가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앙동 구내식당 입찰엔 본푸드서비스만 단독 응찰했다. 기존 1단계 운영업체였던 풀무원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풀무원 관계자는 “수익성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끝에 입찰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낮은 단가를 유지하면서도 식사 품질을 높이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기업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제도상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은 중소업체만 가능하다. 정부가 2012년 중소업체 보호 및 육성을 명목으로 대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입찰을 원천 배제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외국계 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이 구내식당 위탁을 독식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정부청사관리본부는 고육지책으로 올 상반기 내 단가를 현 40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단가가 인상되는 건 2017년 이후 6년 만이다.
중소·중견업체를 보호하겠다는 정부 정책도 일리는 있다. 문제는 기업 진입규제가 ‘약자 보호’가 아니라 ‘업자 보호’로 변질돼 특정 업체의 독식을 초래하고, 소비자 편익을 침해하는 기형적 결과를 불러왔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운 정책이 소비자 편익을 침해하고, 되레 중소기업을 쫓아내는 형국이 된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시장경제 복원을 외치고 있다. 정부청사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규제의 역설부터 돌아봐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