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링만으로도 카발란에 관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대만의 킹카그룹이 2005년 첫 증류소를 건립해 이듬해 1호 제품을 내놨다. 2015년엔 ‘월드 위스키 어워즈’에서 ‘카발란 솔리스트 비노 바리끄’가 쟁쟁한 스카치(스코틀랜드) 위스키 브랜드를 제치고, ‘최고의 싱글 몰트(맥아를 원료로 단일 증류소에서 제조한 위스키)’에 선정됐다.
카발란이 증류소를 설립한 뒤 세계 최고로 인정받기까지 딱 10년이 걸린 셈이다. 지금은 미국, 유럽 등 해외 70여 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글로벌 위스키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타이와니즈(Taiwanese) 위스키’라는 고유명사를 만들어 낸 주인공, 이것이 카발란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의다.
한국산 위스키를 만들려는 노력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100% 실패했다. 예컨대 K위스키를 표방한 골든블루의 제품은 스코틀랜드에서 원액을 수입, 호주에서 병입 작업을 거쳐 국내에 들여온다. 주세법상 해외에서 가져오는 것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위스키 업체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위스키를 국내에서 제조해도 충분히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세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렇다면 세법을 고치는 게 맞나.
‘그렇다’고 쉽사리 답하기엔 현실의 장벽이 녹록지 않다. 위스키와 소주 등 증류주는 출고가에 세율을 곱하도록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종량세로 바꾸면 위스키 판매 단가는 뚝 떨어진다.
문제는 소주다. 양(量) 대비 가격이 저렴한 소주에 종량세를 적용하면 소주 값 폭등이 불가피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세법 개정을 통한 K위스키 진흥은 ‘하나 마나 한 소리’다.
이에 대해 김태완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위스키가 싱글몰트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등 산업으로서 위상을 가질 만큼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기업이 나올 수만 있다면 K위스키의 수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가 스카치블루 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에 위스키 증류소를 세운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신세계L&B도 식품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제주에 증류소를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두 기업 중 어느 하나라도 시간과 돈과 노력이 오랫동안 들어갈 K위스키 제조에 마음을 다할지 지켜볼 일이다.
여담 하나. K위스키를 위해 필요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제도적 지원이 하나 있긴 하다. 코리안 위스키를 전통주로 인정하는 일이다. 오미자로 만든 K와인에 전통주 혜택을 주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주세법 제2조는 ‘농업인(혹은 농업법인)이 지역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을 지역특산주로 정의하고 있다. 전통주로 인정받은 ‘박재범 소주’처럼 주세 감량 및 온라인 판매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롯데, 신세계가 K위스키 제조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는 데 이만한 마중물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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