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안에 여기 휘어지는 부분이 있죠? 여기를 이렇게 다듬어줘야 예쁜 소리가 나는 거예요.”(김남현 씨·53·현악기 제작자)
“악기를 직접 만들어보니 이젠 더 즐겁게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오하윤 양·초교 5학년)
서울 서초구가 예술의전당을 중심으로 조성된 악기거리를 지역 어린이들의 음악교실로 활용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이올린 등 악기를 직접 제작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매번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한다.
서초구는 2021년부터 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악기 제작 체험 프로그램 ‘클래식악기 탐구생활’을 시작했다. 학부모들이 모두 엄지를 치켜드는 ‘고퀄리티’ 클래스다. 올해는 4~10월 매주 2~4주차 토요일에 총 15회차를 진행한다. 한 번에 학생 10명과 학부모 10명, 단 20명만 참여할 수 있다. 서초구는 참여 수요가 너무 많아 올해부터 연 200명에서 300명으로 참가 인원을 늘렸다.
이탈리아 크레모나 현악기 제작 학교 출신 김남현 씨와 윤아영 씨(40)가 일하는 공방 ‘마에스트로 김남현’에 도착한 오하윤 양과 오세영 군은 바이올린 상판을 제작하기 위해 팔에 토시를 끼고 앞치마를 동여맸다.
첫 단계는 대패질이다. 두께 10㎝ 나무판 양옆을 수동 대패로 깎아 평평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그릇 형태의 울림통을 만드는 ‘끌질’이 이어졌다. 마지막 단계인 사포질로 표면을 부드럽게 하고 두께를 맞춘 뒤 수업은 마무리됐다.
학생들은 수업 후 자신이 만든 바이올린 상판과 토시, 에코백, 앞치마 등을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 세영군은 뿌듯한 얼굴로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며 “친구들에게 내가 만든 바이올린을 자랑할 것”이라고 했다. 하윤양 어머니 고은영 씨(42)는 “하윤이가 2년 전부터 학교에서 바이올린을 배웠지만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이번 수업 덕분에 관심이 커진 듯하다”며 웃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사진)은 “앞으로도 클래식 악기 탐구생활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미래 꿈나무들의 문화예술 DNA를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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