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포브스가 발표한 올해 한국의 50대 자산가 순위에서 김 회장은 97억달러(약 12조7884억원·순자산 기준)로 1위를 차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80억달러로 2위였다. 이어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57억달러),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최고비전제시책임자(51억달러), 김범수 카카오 의장(50억달러) 순이었다.
김 회장은 2019년 15억달러 자산을 소유해 한국 부호 23위에 올랐다. 2020년 12위(19억달러), 2021년 13위(36억달러)로 10위권 밖에 있던 그는 2022년 77억달러로 단숨에 3위로 뛰어오른 데 이어 올해는 1위 자리를 꿰찼다.
김 회장은 2005년 자신의 영문 이름(마이클 병주 킴) 이니셜을 따 창업한 MBK파트너스를 19년째 이끌고 있다. 기업의 경영권을 사고파는 바이아웃(buyout) 투자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PEF 시장에서 창업 이후 줄곧 독보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운용자산 규모가 250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5대 운용사로 성장했다.
1963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10대 시절 혼자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포드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86년 미국 골드만삭스에 입사한 데 이어 1997년 살로몬스미스바니의 아시아 최고운영책임자로 스카우트되면서 투자은행(IB) 뱅커로 경력을 쌓았다.
본격적으로 PEF 산업에 뛰어든 건 1999년 글로벌 3대 PEF인 칼라일그룹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38세의 나이에 칼라일에서 4470억원 규모의 한미은행 인수 거래를 성사하며 한국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칼라일 내에서 뜻을 같이하던 윤종하, 부재훈 대표 등 5인과 10평 남짓의 서울 종각 옛 삼성증권 건물에서 2005년 MBK파트너스를 창업했다. 그에게 독립을 권유한 싱가포르 테마섹 등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1조원을 조달해 MBK파트너스 1호 펀드를 조성했다. 이후 펀드 규모를 꾸준히 늘려 2019년엔 8조원 규모 5호펀드 조성을 마쳤고, 현재 10조원 이상 규모의 6호 펀드 조성을 준비 중이다.
김 회장의 자산 증식엔 PEF업계에서 통용되는 대규모 성과보상 제도가 크게 기여했다. PEF는 펀드 규모의 1% 남짓을 받는 운용보수 외에 ‘성과보수(carried interest)’를 추가로 받는 게 일반적이다. 연기금 등 투자자가 설정해 놓은 연 8~10%의 기준수익률(허들레이트)을 초과하는 수익을 달성하면 그 초과수익의 20% 안팎을 PEF가 받는 것이다.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의 거래를 소화하는 PEF 운용 특성상 한 건의 거래로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성과보수를 받기도 한다.
MBK파트너스가 창사 이후 한·중·일에서 2022년까지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건수는 총 31건으로, 183억달러(약 24조원)에 달한다.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는 신한라이프(옛 ING생명), 코웨이, 두산공작기계 등이 꼽힌다.
MBK파트너스는 2~5호 4개 펀드에서 14.5~28.7%에 달하는 연평균 수익률(IRR)을 내고 있다. 모두 기준수익률을 훌쩍 넘겼다. MBK파트너스가 투자 성공 사례를 쌓아가며 펀드 규모를 키워나갈수록 김 회장의 자산가치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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