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오는 30일 종료 예정이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8월 31일까지 4개월 연장한다고 18일 발표했다.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민생 부담 측면에서 (여당의 유류세 인하 연장 요청을) 전향적으로 진지하게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한 지 하루 만이다.
유류세 인하 연장으로 소비자가 얻는 이익은 휘발유 L당 205원, 경유 L당 212원, LPG부탄 L당 73원이다. L당 10㎞ 연비로 하루 40㎞씩 승용차를 몰 경우 휘발유 기준으로 월 2만5000원의 유류비를 아낄 수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646.7원, 경유는 L당 1541.4원 수준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연장되지 않았을 경우 L당 1700~1800원대까지 오를 수 있는 것을 일단 8월까지 잡아둔 셈이다.
기재부는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서민경제의 부담 완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배럴당 60달러까지 내려간 국제 유가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5월부터 하루 116만 배럴씩 추가 감산 계획을 발표하며 다시 80달러를 넘어섰다. 물가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2%로 전월(4.8%)보다 낮아졌지만 유가 불안으로 물가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서민 부담은 줄지만 나라 살림은 더 팍팍해질 전망이다. 올해 1~2월 국세수입은 총 54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지금 추세면 올해 적어도 20조원 이상의 ‘세수 펑크’가 우려된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당초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걸 검토했지만 결국 물가와 여론을 고려해 유류세 인하를 연장했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지난해 세수 감소분은 5조5000억원에 달했다.
박상용/황정환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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