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조원과 1578억원. 지난해 미국과 한국이 제약·바이오 분야 대표 신약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이다. 지난해 28조원어치 팔려나간 세계 1위 의약품은 미국 제약사 애브비의 휴미라다.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쓰이는 이 약은 코로나19 관련 제품을 제외하면 2012년 이후 10년간 세계 판매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국산 신약 매출 1위는 보령의 고혈압약 카나브였다. 지난해 157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과 한국의 바이오헬스 간판 제품 매출 격차가 177배에 이른다는 의미다.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국산 신약 매출 1000억원 시대를 열었지만 수출 실적은 크지 않다. 여전히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산 1호 신약인 SK케미칼의 위암 치료제 선플라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현실을 보여준다. 1999년 첫 국산 신약 시대를 열었지만 올해 1월 허가 취소됐다.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휴미라가 미국에 출시된 것은 선플라보다 3년 늦은 2002년이었다. 출시 10년 만에 세계 매출 1위가 됐다. 한국과 미국의 바이오산업 체급 격차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다.
2012년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국산 약은 3개에 불과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주 수익원이 복제약과 일반의약품 등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복제약에서 한 단계 나아가 두 종류 복제약 성분을 하나로 합친 국내 첫 개량신약이 출시된 게 2009년이다. 한미약품의 아모잘탄이다.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기반이 된 약이다.
올 들어 식약처 치료목적사용 승인을 받은 56건 중 국산 약은 20건으로 36%를 차지했다. 제도 초기 승인받은 의약품이 대부분 외국산이던 것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이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제품도 늘었다.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는 미국 제약사 얀센이 1조4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2027년께 국산 신약 첫 매출 1조원 고지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미약품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올해 미국에서 매출 1억달러(약 1318억원)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SK바이오팜도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를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국내엔 출시되지 않아 36호 국산 신약 명단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이 약도 2028년께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이란 평가다.
바이오시밀러로 몸집을 키운 셀트리온은 항체의약품접합체(ADC)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에 지분을 투자하며 신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은 “국내 기업들이 ‘개방형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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