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0일 11:0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카카오의 100%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카카오헤어샵 운영사인 와이어트 투자자들에게 500억원을 물어줄 위기에 처했다. 2년 전 투자를 받으면서 체결한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약정에 따라서다. 와이어트는 2021년 투자 유치 직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터지면서 투자자와의 갈등이 본격화된 곳이다. 투자자 회수를 위해 2년째 매각에 나서고 있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와이어트 투자자들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체결한 주주간계약(SHA)에 따라 오는 6월 말 풋옵션을 행사할 계획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와이어트 지분 24.1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년 전 한국투자파트너스 주도로 아주IB투자, 어니스트벤처스, 키움증권, 브레인자산운용, 중소기업은행 등이 투자했다. 이들 지분은 10%를 웃도는 규모다.
2021년 8월 와이어트는 486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다. 1988년 뷰티샵 고객관리 솔루션 개발업체로 설립된 와이어트는 2015년 카카오 계열로 편입돼 모바일 미용실 예약 서비스 카카오헤어샵을 운영하면서 성장했다. 투자자들은 카카오헤어샵을 국내 대표 뷰티 기술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회사의 비전을 높이 샀다.
하지만 투자 유치 두달만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벌어졌다. 카카오가 문어발 확장에 나서면서 골목상권 생태계까지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카카오헤어샵은 골목상권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 미용실 최초 예약 시 업주들에게 25%에 달하는 수수료를 책정해 플랫폼 갑질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카카오는 중소업체와의 상생 경영을 발표하면서 카카오헤어샵을 포함한 계열사 정리를 약속했다. 서비스도 철수했다. 카카오톡 '더보기' 목록에서 카카오헤어샵 서비스를 종료시켰다. 카카오 브랜드를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결국 와이어트 성장은 멈췄다. 지난해 매출 583억원, 영업손실 39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와이어트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다. 매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많았다. 카카오는 매각이 진행돼야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투자자들은 '조기 상환 이후 매각'을 주장했다. 매각가가 당시 투자했던 기업가치 3200억원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와이어트는 서비스 종료 방침과 맞물려 '골목상권 침해' 낙인으로 인수 매력이 떨어진 상태다.
현재 한 원매자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으로, 풋옵션 발동 직전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해 지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와이어트는 8명의 개인주주와 10곳의 사모펀드 및 투자조합으로 주주가 구성돼있다.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500억원 가량을 물어줘야 한다. 투자 원금에 연 4%의 이자율을 가산한 금액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현금 여력은 충분하지 않다. 카카오인베는 지난해 말 별도 기준 426억원의 현금성자산과 74억원의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인베는 카카오에서 벤처투자 기능을 하는 법인으로 카카오가 지분 전량을 들고 있다. 창투사나 신기사 자격이 없는 일반법인이기 때문에 벤처펀드가 아닌 고유계정(PI)을 활용해 투자를 집행해왔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투자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에 있다"며 "세부 계약 공개는 어렵지만 약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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