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0일 07: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상원 대표가 이끄는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한국 시장에서 블라인드 펀드 자금 모집(펀드레이징)에 나섰다. 포화 상태의 국내 펀딩 시장의 새로운 '메기'가 등장했다는 평가다. 반면 해외에서 자금을 받기가 과거만큼 수월치 않아 뒤늦게 국내로 눈을 돌렸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국내 연기금, 공제회,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자(LP)를 상대로 자금 출자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 작업에도 입찰하기로 했다. 한앤컴퍼니는 32억달러 이상의 블라인드펀드 4호 결성에 돌입했다.
한앤컴퍼니가 국내에서 블라인드 펀드 자금 모집에 돌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앤컴퍼니는 해외 LP만으로 조단위 펀드를 조성해올 만큼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국내 LP들이 펀드 투자자로 참여하겠다고 러브콜을 보냈지만 거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가 국내 LP의 출자를 받지 않은 것은 해외 LP만으로도 조단위의 펀드 결성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국민연금 등 일부 LP를 제외하면 출자규모가 적은데 비해 투자자산 관련 보고 등의 업무량이 많았던 것도 국내 LP의 돈을 받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한앤컴퍼니가 국내 펀드레이징에 관심을 가진 것은 지난해 국내 1위 시멘트기업인 쌍용C&E에 대한 컨티뉴에이션 펀드 자금 모집이 성공하면서부터로 알려졌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PEF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자산 중 장기 보유가 가능한 회사를 떼어내 신규 펀드에 넘기는 자금 회수 전략이다. 한앤컴퍼니는 2호 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쌍용C&E의 경영권을 신규 펀드에 넘겼는데 이 과정에서 미래에증권, 교직원공제회, 농협중앙회 등 10곳 내외의 국내 기관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 때 국내 LP와의 네트워크가 조성됐고, 인식도 크게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펀드레이징 작업이 과거만큼 쉽지 않자 국내 LP로 펀딩 범위를 확대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1, 2호 펀드가 연 수익률(IRR) 20% 이상 기록하며 양호한 성과를 냈지만 전반적으로 투자 대비 회수 실적이 부진하다는 평가가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1년 설립 후 12년간 자금 회수에 성공한 사례는 웅진식품(매각 금액 2700억원), 엔서치마케팅(600억원), 쌍용C&E(1조9000억원) 정도다. 쌍용C&E를 제외하고는 펀드 규모 대비 회수율이 미미한 수준이다. 쌍용 C&E 역시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완전한 자금 회수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이번 신규 펀드의 결성 목표액이 직전 펀드 대비 10~20% 증액한 것에 그친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더해준다. 해외 LP들은 주로 수시 출자 형태로 자금을 맡기는데, 통상 수익률이 높은 펀드에 직전 출자금액보다 더 큰 돈을 맡기게 된다. 자연스럽게 성과가 좋은 펀드의 경우 신규 펀드 덩치는 직전 펀드보다 커지게 된다.
한앤컴퍼니도 3호 펀드까지 신규 펀드 결성액이 직전 펀드 대비 2배 가량 불었지만 4호 펀드의 경우 증액량이 미미했다. 1호 펀드는 7억5000만달러, 2호 펀드는 12억달러, 3호 펀드는 26억달러 규모였다. 이번 4호 펀드 결성 목표는 32억달러 이상이다.
시장에서는 한앤컴퍼니가 해외 LP와 국내 LP의 펀드 관리 보수 차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관심사다. 해외 LP의 경우 통상 출자액의 2% 가량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반면, 국내 LP들은 1% 안팎의 보수를 주고 있다.
이에 국내 LP와 해외 LP를 분리해서 운용하는 병행 펀드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관리 보수를 맞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국내외 LP의 관리 보수 차이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앤컴퍼니가 해외 LP들에게 받는 관리 보수를 국내 LP에게도 똑같이 요청할 수도 있다.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에서 관리 보수 평가 항목에서 감점이 있을 수 있지만, 실적이나 인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면 출자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다. 다만, 일부 국내 LP들의 경우 자신들이 규정한 수수료율 이상을 써낼 경우 입찰 자체를 제한하고 있어 이들 기관에 대한 입찰은 포기해야 한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