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8일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4월 현재 제작완성된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계획된 시일안에 발사할 수 있도록 비상설 위성발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준비를 다그쳐 끝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밝혔다.
김 위원장이 찾은 국가우주개발국은 '북한판 NASA'(미국 항공우주국·나사)로 여겨지는 곳이다. 영문 약자(NADA·National Aerospace Development Administration)와 로고 형상까지도 NASA와 흡사해 의도적으로 흉내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국가우주개발국은 2013년 4월 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우주개발법'이 채택되면서 내각 산하에 신설됐다. 올해로 출범한지 꼭 10년이 되는데, 2016년 2월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 발사를 주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에 이어 지난 18일 1년여 만에 다시 이 곳을 찾을 정도로 우주개발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는 김 위원장 복장이나 수행인원 등을 볼 때 1년 전보다 한층 더 진지한 분위기가 묻어났다. 지난해엔 항공점퍼를 입어 비교적 캐주얼한 분위기를 풍긴 것과 달리 이번에는 위아래로 인민복을 갖춰 입어 한층 격식을 차린 모습이다. 수행 규모나 면면도 훨씬 화려해졌다. 군 관계자들뿐 아니라 김승찬 김일성대 총장, 박지민 김책공업종합대학 총장 등 교육·과학연구기관 간부와 정보통신과학기술 연구부문 기술자,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지난해에는 노동당 군수공업부장 등 군 관련 인사들만 수행했다.
딸 주애를 데리고 나온 것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 현장이나 열병식 등 군 관련 주요 행사에 주애를 데리고 다니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국방력 강화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우주개발도 미래 세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애는 금장 단추가 달린 흰색 블라우스와 검정색 슬랙스, 구두를 갖춰입고 머리에는 컬을 힘껏 살려 단정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 위원장이 시찰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 관련 자료들은 철저히 모자이크 처리됐다. 앞쪽 벽을 꽉 채운 전광판에는 '군사정찰위성'이라는 제목과 위성의 흐릿한 형태만 노출됐다. 상세 제원이나 역량을 유추할 수 있는 기밀사항은 가리는 한편 개략적으로라도 형체는 공개함으로써 성과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가우주개발국의 화려한 건물 모습도 사진을 통해 공개됐다. 이동 중이거나 보고받는 김 위원장 뒤로 '우주환경시험장', '우주과학연구원' 등이라고 적힌 건물이 보이고, 대형 크기의 우주과학연구원 건물동은 원형 조형물을 달고 전체적으로 곡선미를 살렸다. 건물 크기와 디자인에 정성을 들인 흔적은 북한이 '우주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안고 우주를 정복하자!', '우주개발은 나의 의지입니다' 같은 선전선동 문구도 야외와 실내를 불문하고 곳곳에 붙어있다.
김씨 부녀를 제외하고는 전부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상황실에서 김 위원장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성냥갑을 주애가 외부에서 손에 쥐고 걷는 모습도 사진에 포착됐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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