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소형 전기트럭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GM의 다마스와 라보가 단종된 후 무주공산이던 국내 소형트럭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서울모빌리티쇼를 방문해 직접 중소기업 부스까지 찾아 관심을 보이면서 이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마스타전기차, 대창모터스, 퓨처이브이 등 주목
19일 업계에 따르면 마스타전기차, 대창모터스, 퓨처이브이 등은 최근 소형 전기트럭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시장 초반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마스타전기차는 독자 개발한 2인승 초소형 전기화물차 '마스타 힘(MASTA HIM)'을 앞세웠다. 마스타 힘은 전장(차 길이) 3589㎜, 전폭(차 폭) 1490㎜, 전고(차 높이) 1590㎜로 배터리는 삼성SDI의 13.08㎾h 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 시 최대 120㎞를 주행할 수 있고 최대 적재용량은 200㎏이다.2019년 우정사업본부 배달차량으로 선정됐고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현금수송차 용도로 파워트레인을 개량한 모델 4000대가 인도네시아로 수출됐다. 출고가격은 2280만원으로 환경부 전기차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소상공인 추가 지원 등을 적용하면 1200만원대 구매가 가능하다.
대창모터스의 '다니고'도 다마스·라보의 대체 모델로 주목된다. 기본형 모델인 다니고-C는 2인승 소형 전기화물차로 전장 4750㎜, 전폭 1670㎜, 전고 1985㎜로 800㎏의 적재가 가능하다. 57.7kWh 용량 리튬이온 배터리와 최대 출력 60kw 전기모터를 장착해 최고속도는 100km/h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214㎞다. 가격은 3980만원으로 전기차 보조금과 출고 할인을 받으면 12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김경수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2021년 설립한 전기 트럭 업체 퓨처이브이는 전기 상용차 양산을 위한 F100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10월 5호 프로토타입 차량을 완성하고 현재 안전 규격 시험 등 차량 출시에 필요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서울모빌리티쇼에선 F100의 상세 제원을 최초로 공개했다. 라보와 다마스를 직접 대체하는 경형 트럭 F100S, 이보다 전장을 늘린 소형 트럭 F100L, 전장을 줄인 초소형 트럭 F100-미니(Mini)로 차급을 분류했다.
F100S는 전장 3595㎜, 전폭 1495㎜, 전고 1770㎜이며 20㎾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고, 삼성SDI 배터리도 검토 중이다.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120㎞(회사 실험치)이며, 최대 적재 중량은 500㎏다. 소형 트럭 F100L은 25㎾h 배터리를 탑재(주행거리 150㎞)한 모델과 35㎾h(주행거리 210㎞) 모델로 나뉜다. 초소형 트럭 F100-미니는 10㎾h(주행거리 70㎞) 배터리를 장착한다.
"품질, 안전, 부품 수급 신뢰 주는 것 급선무"
경소형 전기트럭 출시가 잇따르는 이유는 꾸준한 수요에 불구하고 이 시장을 양분했던 다마스와 라보가 단종되서다. 다마스와 라보는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에서 국내 판매했던 경상용차다. 1991년 출시돼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로 30년동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하지만 변경된 정부 안전·배기 기준을 맞추기 어려워 2021년 5월 단종됐다. 이후에도 자영업자 등으로부터 꾸준히 재출시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국내 중소 전기차 업체들이 이를 대체할 제품 개발을 진행해왔다. 업계에선 현재 다마스와 라보를 대체할 마땅한 차종이 없는 만큼 두 소형트럭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신생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점으로 꼽히는 짧은 주행거리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소형트럭 주 소비층의 특성을 고려하면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형트럭의 경우 서울과 부산 등 전국 단위로 이동하지만 소형트럭은 운행 지역이 동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일평균 운행 거리가 100㎞를 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 교통연구원의 '택배 집배송 기사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택배차의 일평균 운행 거리는 55.8㎞다.
소형 전기트럭 등 국내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연간 4000여 대 규모로 아직 초기 단계지만 미래 성장성은 밝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경상용차 등록 대수는 2019년 14만1316대, 2020년 14만2728대로 증가했지만 2021년 다마스·라보 단종 영향으로 13만7365대로 줄었다. 업계에서는 소형 전기트럭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경우 5년 후 국내 경상용차 등록 대수가 20만대 가량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은 "정부가 관공서용으로 구입하는 등 수요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소형트럭 수요가 높은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을 늘리면 경제성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충전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혼란이 생기지 않는다"며 "시장 초기인 만큼 품질, 안전, 부품 수급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짚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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