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밀레니얼+Z)세대들이 어릴 적 먹던 간식인 '구슬 아이스크림'에 다시 열광하고 있다.
낮 기온이 29도까지 치솟은 지난 19일 낮,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코엑스몰 내에서도 유달리 20~30대들이 몰리는 가게가 있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핫플'로 등극한 한 '대용량 구슬 아이스크림' 판매점이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손님이 끊기고, "사장님은 친절한데 찾는 사람이 너무 없는 거 같다"는 단골손님들을 걱정하게 했던 가게는, 몇 달 사이에 줄 서서 먹는 서울 강남 코엑스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인기의 시작은 유명 인플루언서의 방문이었다. 이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SNS에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먹던 구슬 아이스크림을 '대용량으로 즐길 수 있다'며 해당 가게를 소개했고, 이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MZ세대들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며 단숨에 SNS '핫템'이 된 것.
실제로 이날 방문한 손님 대부분은 제품 구매 후 맛보기에 앞서 휴대폰을 들어 올리고 사진 먼저 찍었다. '인증샷'을 남기기 위한 행동이었다.
이 가게 직원은 "사람이 몰리는 주말에는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 30분 전부터 중고등학생들, 20대들 수십명이 모여 '오픈런'을 한다"며 "주말 오후 시간대는 매장 뒤편까지 둘러쌀 정도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다"고 귀띔했다. 매장에서는 손님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놀이공원처럼 줄을 서고 대기할 수 있는 바리케이드도 마련했다.
SNS를 통해 'K-아이스크림'으로 소개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태국 등 국가에서 온 단체 관광객들이 "K-아이스크림 먹으러 왔다"며 찾을 정도다.
직장인 윤모 씨(26)는 "일반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는 맛을 선택하는 것에 제한이 있는데, 여기는 모든 맛을 큰 컵에 즐길 수 있어서 좋다"며 "줄을 서도 금방 대기 줄이 빠져서 어느 정도 기다리고 먹을만하다"고 전했다. 대학생 김모 씨(21)는 "맛도 좋은데 무엇보다 오색 빛의 구슬을 담았을 때 색깔이 예뻐서 사진찍기에 좋다"며 "인스타에 올릴 때 색감이 잘 살아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께 겨우 졸라 먹을 수 있었던 구슬 아이스크림을, 이제는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수 있다고 웃어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김모 씨(27)는 "놀이공원 가면 꼭 먹던 먹거리 중 하나였던 구슬 아이스크림은 양도 적었고, 가격이 비싼 탓에 부모님께 졸라서 겨우 먹은 기억이 난다"며 "이제는 특별한 장소를 찾지 않아도 회사 근처에서, 내가 번 돈을 내고 편하게 양껏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MZ를 대상으로 한 대용량 구슬 아이스크림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관련, 이 가계 관계자는 "성인 손님 중 어릴 적 먹던 크기의 구슬 아이스크림으로는 양이 성에 안 차다 보니, '더 큰 통에 담아줄 수 없냐'고 묻는 사람이 꽤 많았다"며 "그래서 점차 사이즈를 키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때만 해도 큰 사이즈를 먹는 사람들은 적었는데, 지금은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이 대용량 크기를 찾으신다"고 귀띔했다.
매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메뉴도 '초대용량' 사이즈다. 가격은 1만2000원. 소포장 된 구슬 아이스크림과 비교하면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바나나 스플릿, 초콜릿, 딸기, 레인보우, 허니밀키블루, 블루 버블, 민트초코 등 총 7개의 맛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줄은 길지만, 대기 시간이 짧다는 점도 다른 '핫플'과 비교되는 장점으로 꼽힌다. "구슬 아이스크림 특성상 빠르게 담아낼 수 있어서 순환이 빠르다"는 것.
해당 명성을 얻으면서 인근 식당들도 활기를 띠게 됐다. 가게 직원은 "이곳이 갑자기 잘되면서 주변 가게들에도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해서 다른 가게 사장님들도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 가게의 인기를 이어받아 다른 지역에서도 '대용량 구슬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속속 생겨나는 추세다. 대구 동성로에서도 얼마 전 문을 연 대용량 아이스크림 가게는 오픈하자마자 '동성로 핫플'이 됐다.
대구 지역 주민 홍모 씨(26)는 "가게를 지나갈 때마다 시간대 상관없이 20~30대 손님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며 "어른들이 유독 모여있는데, 아마 과거 자유롭게 먹지 못했던 음식을 이젠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모양"이라며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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