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애플 통장발(發) 금융업 지각변동이 예고된 가운데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가 비슷한 상품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허가제로 손발이 묶인 탓에 경쟁이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애플의 경쟁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른바 '삼성 통장'을 내놓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지난해 11월 하나은행과 함께 출시한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은 애플 통장과 유사합니다. 애플은 애플카드를 쓰면 결제액의 1~3%를 캐시백으로 돌려주는데 이번에 애플통장이 출시되면서 캐시백이 통장에 자동으로 입금됩니다.
네이버 통장은 은행 계좌의 잔고로 네이버페이 결제가 가능한 상품입니다. 결제액의 최대 3%가 포인트로 쌓이고, 최대 연 4%의 금리 혜택도 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제휴한 것처럼 하나은행과 제휴했습니다.
하지만 애플 통장과 비교했을 때 네이버 통장은 제약이 적지 않습니다. 네이버 통장은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예·적금 통장을 판매 중개하기 위해서는 금융위에 등록하게 돼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그러나 "계좌소개·안내 등은 은행 본질적 업무를 포함해 위탁이 불가능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은행 외 기업의 예·적금 상품 판매 중개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는 네이버 통장을 한시적으로 허가하면서 "네이버파이낸셜이 이용자에게 하나은행 제휴 계좌를 소개·안내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에 대한 특례를 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특례다 보니 사업을 확대할 때 일일이 금융위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네이버 통장은 현재 최대 50만좌까지만 개설이 가능합니다. 또 금융위의 재허가가 없다면 내년 11월 2일 서비스가 끝납니다. 현재 네이버 통장은 49만2000개의 계좌가 개설됐는데요. 네이버파이낸셜과 하나은행 측은 신설할 수 있는 계좌 수를 늘려달라고 당국에 요청할 예정입니다.
네이버 이외의 다른 기업이 네이버 통장과 같은 비슷한 상품을 내놓기 위해서도 일일이 허가받아야 합니다. 네이버 역시 다른 금융기관과 협업을 하려고 해도 또 다른 별도 허가가 필요합니다.
애플의 경쟁자인 삼성전자가 애플처럼 단독으로 '삼성 통장'을 선보이기도 어려울 것으로 관측됩니다. 원칙적으로는 네이버 통장과 마찬가지로 혁신금융서비스 대상으로 지정돼야 합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은행과 산업을 분리한다는 '은산분리' 원칙 훼손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현재 삼성페이로 네이버페이 내 카드 결제는 가능하지만, 네이버페이에 연결된 통장 잔고로는 결제가 불가능합니다.
이런 이유로 애플 통장의 국내 출시도 상당 기간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혁신금융서비스 심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뿐 아니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관련 제도가 이미 정비가 돼 있다"며 "한국은 2년마다 감독기관의 허락을 받는 방식으로 사업을 연명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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