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주요 공공택지에서 ‘국제학교’ 유치 경쟁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조성 중인 신도시와 기업도시마다 국제학교 설립에 공들이고 있는 것이다. 인천 송도신도시와 제주영어교육도시처럼 국제학교가 들어선 지역은 부동산 불황기에도 아파트 가격 하락 폭이 크지 않은 등 시장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국제학교 유치 과정에서 공공기관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가 국제학교 설립에 총력을 기울이는 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공공택지 매각의 호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제학교가 설립되는 지역은 미분양이 적은 데다 아파트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제학교만 네 곳이 몰린 제주영어교육도시 역시 부동산 불경기를 피해 가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귀포 대정읍 ‘한화포레나 제주 에듀시티’ 전용 99㎡ 분양권은 지난달 9억2487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가(9억3287만원)보다 800만원가량 떨어졌다. 수천만원 빠진 제주 내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학교 입학을 염두에 둔 외지인의 주택 매입 비중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작년 한 해 서귀포 주택 거래량 2634건 중 1077건(40.8%)이 외지인 거래였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 등에서 효과가 확인된 덕분에 신도시 부동산 시장에서 국제학교는 필수 인프라가 됐다”고 했다.
국제학교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와 택지 조성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간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공공택지 내 국제학교 부지를 저렴하게 제공해달라는 주민 민원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실제 조성이 한창인 평택 고덕국제신도시는 최근 국제학교 용지를 두고 지자체와 LH 간 견해차가 커졌다. 평택시는 주민의 요구에 따라 국제학교가 들어설 용지를 원가 이하에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는데 LH가 난색을 보인 것이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