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3차원 입체 미디어 서비스 핵심 기술 상용화에 나선다. 가정에서도 지상파를 통해 초고화질(UHD)급 입체 영상 콘텐츠를 보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는 ETRI와 공동으로 지난 15일부터 나흘 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방송미디어 전시회 ‘2023 NAB 쇼’에 참가해 큰 호응을 얻었다고 19일 밝혔다.
시와 ETRI가 선보인 기술은 ‘3차원 입체 미디어 서비스 기술’이다. ETRI 부산공동연구실은 예산 90억원을 들여 ‘사용자 선택형 UHD 입체 미디어 서비스 기술 개발’ 사업을 지난해부터 추진했다. 입체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클라우드에 전송하고, 이 영상은 5세대(5G) 이동통신망 등으로 지상파나 넷플릭스 등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에서 구현된다.
시청자는 기호에 따라 특정 프로그램을 입체 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입체 미디어 전송을 위한 별도의 주파수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지상파 채널 주파수(6㎒) 대역폭에서 8K-UHD 2D, 모바일 Full-HD, 8K-UHD 3D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향후 다양한 입체 영상이 만들어지며 전송을 위한 압축이 이뤄지더라도 넓은 대역폭을 요구하지 않는 기술이라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ETRI는 이번 전시회에서 관련 기술의 국제표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미국 디지털 TV 표준화 단체인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에서 제정한 지상파 UHD 방송 기술 표준에 맞춰 기술을 실증하고, 고화질 전송 기술과 관련한 기술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어서다.
부산시 관계자는 “차세대 비디오 국제표준화(ATSC 3.0) 추진 대상으로 확정됐으며 이번 전시 기간에도 돌비, 프라운호퍼, 인터디지털, 소니 등 국제영상 표준에 영향력이 큰 주요 기관과 기업이 방문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시는 올해 하반기 부산 MBC, KNN 등 지상파와 관련 기술을 실증할 방침이다. 아직 수요층은 확보되지 않았지만 관련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시장성을 확인해나갈 계획이다. 지상파에서 메타버스 등으로 적용이 확대돼 TV부터 휴대전화, 인터넷까지 시청 영역이 늘어날 것으로 평가된다.
이 사업의 총괄책임자인 김성훈 ETRI 부산공동연구실장은 “지난해 영화 ‘아바타2’ 이후 4차원 영화 등과 같은 특수상영관 시장이 급성장 중”이라며 “이번 입체 미디어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로 부산이 영화·영상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의 영상·영화 인프라와 연계해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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