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지난달 공개한 ‘사고사망 발생 사업장 특성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원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사고사망 재해 발생 사업장 886곳 중 53곳의 안전관리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조사(FGI)를 했다. 이들을 상대로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의 원인과 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사항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면담에 참여한 안전관리자들은 “근로자의 안전문화에 대한 인식이 미흡한 편”이라며 “반복되는 작업에 익숙해진 근로자들이 위험한 환경을 안전하다고 착각하면서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겼다고 해도 근로자들이 달라진 게 전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근로자들이 안전 강화에 되레 비협조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사업장에서는 ‘안전 수칙을 세 번 위반하면 인사고과에 반영한다’는 규정을 시행하려고 했지만 노조 반대로 무산됐다. 또 다른 사업장에서는 안전사고 발생 이후 CCTV를 설치하려고 하자 노조가 ‘일상 감시’ 목적이라며 반대한 사례도 있다.
근로자들이 기본적으로 ‘안전 관리는 회사의 몫’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안전관리자들의 지적이다. 근로자가 안전 수칙을 외면하면 그만인 현 시스템에서는 당연한 결과라고도 했다.
사업주를 형사처벌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중대재해법이 지난해 시행됐는데도 산재 사망사고는 오히려 증가한 이유를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지난해 중대재해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2021년 248명(234건)보다 늘었다.
전문가들은 산업 현장의 안전 의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에게도 의무와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사업주들은 직원과 노조의 눈치를 보며 적극적인 통제에 망설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법에 ‘근로자는 개인 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는 등의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회사 취업규칙 등에서 안전 규정 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 도입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재해 발생 후 처벌에 급급하기보다는 사고를 막을 시스템 마련부터 고민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니라 중대재해예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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