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내 DNA는 하루에만 수 만번의 손상을 받는다. 술과 담배, 스트레스, 약물 등이 대표적인 손상 인자다. 이런 손상은 게놈 복제나 전사를 막고, 돌연변이를 유발한다.
모든 세포는 유전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손상된 DNA를 감지하고 복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오랜 시간 진화를 거쳐 온 세포의 생존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연구진이 난자에서 특이적으로 일어나는 DNA 손상 복구 기전을 찾아냈다. 난임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은 오정수 성균관대 융합생명공학과 교수와 임지연 박사후 연구원이 이 같은 성과를 내 국제 학술지 '뉴클레익 애시드 리서치'에 실었다고 20일 발표했다.
여성은 평생 사용할 일정 개수의 난자를 난소에 품고 태어난다. 난자가 매 달 한 개씩 배출되는 게 생리다.
그러나 난자는 난소에서 오랜 기간 감수분열 초기 단계에 멈춰 있기 때문에 체세포보다 DNA 손상에 취약하다. 또 시험관 시술 등 난자의 체외배양 과정에선 활성산소가 증가해 DNA가 손상될 수 있다. 손상된 DNA를 가진 난자는 배아 발달이 저해된다. 난임과 불임, 유산, 기형아 출산 등 위험도 높다.
연구팀은 제1 감수분열 중기에 있는 난자에 DNA 손상이 가해지면 염색체 움직임과 함께 방추사 수가 증가하고, DNA 손상 복구에 참여하는 단백질 BRCA1과 53BP1이 염색체로 몰려든다는 사실을 새로 밝혔다.
이어 난자의 성숙 과정에서 DNA 손상 복구에 관여하는 MDC1 단백질과 TOPBP1 단백질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이들이 평소엔 난자의 방추극에 모여 있다 DNA 손상이 일어나면 염색체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이들 DNA 손상 복구 단백질들의 이동이 CIP2A 단백질을 매개로 일어나고, PLK1 인산화 효소를 통해 이 매개 과정이 제어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정수 교수는 "난자의 체외 배양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난자의 생식능력 복구 및 보조생식술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연구 성과"라며 "앞으로 난자 노화 및 질 저하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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