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닥터베르(본명 이대양)가 돌봄교사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닥터베르는 지난 15일 자신의 블로그에 네이버웹툰에 공개된 웹툰 '닥터앤닥터 병원일기' 4화 관련 사과라는 제목으로 "교육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 사람의 학부모로서 겪은 일에만 초점을 두고, 편협한 시선으로 사건을 그리면서 교육 현장의 어려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미흡한 자료조사로 교육과 보육의 차이를 혼동하고, 돌봄전담사와 초등교사의 서로 다른 전문성을 침해하는 내용을 그린 부분에 대해 깊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의 부족함으로 정규직 교사와 계약직 교사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로 계약직 교사의 고용 안정성을 경솔하게 표현하였다"며 "불편함을 느끼고 상처 입으셨을 당사자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사과문을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문제가 된 부분의 내용은 수정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오는 21일 예정이던 교육청 강연이 취소됐고, 입법 논의를 비롯한 그 외 행사들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닥터베르 작가는 서울대 공대 에너지시스템공학 박사 준비를 하던 중 의사인 아내를 위해 육아휴직을 하고, 이후 척추 골절 사고를 겪으면서 재활치료를 하던 시기에 그린 육아 웹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가 인기를 끌면서 주목받았다.
웹툰 작가로 정식 데뷔한 2019년 9월 림프종 4기 진단받아 항암치료를 시작했고, 이후 일상을 웹툰을 통해 공유하면서 응원받았다. 지난해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 방송인 유재석과 육아 고충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다시 한번 화제가 됐고, 최근엔 웹툰 작가와 강연자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아를 전담하는 공학박사이자 성공한 웹툰 작가로 승승장구했지만, 지난 11일 공개된 웹툰 4화, 18일 공개된 5화 내용이 문제가 됐다. 초등학교 입학한 후 돌봄교육을 받게 된 닥터베르 작가의 아들이 교실에서 무단으로 이탈해 운동장에서 놀면서 아이를 찾아야 하는 소동이 발생했고, "아이가 이렇게 돌발행동을 하면 돌봄교실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며 "가정에서 충분히 지도해 달라"는 돌봄 교사의 말에 닥터베르 작가가 "본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런 일이 생겼으면 사과가 먼저 아니냐"고 화를 내는 에피소드가 등장했다.
닥터베르 작가는 "학교 운동장에 있는 아이를 찾는 데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것도 저는 납득이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돌봄 교사는 "교실에 다른 아이들도 있는데, 레서(닥터베르의 아들)만 찾으러 다닐 순 없다"며 "지금도 레서 때문에 교실엔 아이들끼리 있다"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을 전했다.
이후 레서에게 '실종'에 대해 설명하고, 주의를 줬지만, 이후에도 교실을 잘못 찾아가거나, 수업 시간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발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닥터베르 작가가 돌봄 교사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교사들의 직무에 대한 이해와 책임감이 없다는 식으로 내용이 전개되자, 독자들은 불편함을 드러냈다. 결국 닥터베르 작가는 돌봄 교사에게 항의하는 내용은 '한숨' 쉬는 장면으로 대처하고, "사과하라"는 말도 "어떻게 그런말을 하냐"고 수정됐다. '기간제 교사 계약해지', 'OECD 평균 수업시수' 같은 내용은 삭제했다.
내용이 수정된 후에도 "아무리 1학년이라도 저렇게 학교나 돌봄교실에서 여러 번 전화가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선생님들께 화를 내거나, 은근히 선생님들을 욕하는 웹툰을 그리실 때가 아닌 거 같다"는 지적이나, "공동체 생활의 기본 규칙을 지키지 않는 아이에게 훈육이 필요한 시점인 거 같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또한 돌봄 교사에게는 아이가 있는 앞에서 항의하며 권위를 떨어뜨리는 행동을 해놓고, 이후 의사와의 인터뷰에서는 공손한 자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이중적이다"고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돌봄 교사의 말에 화가 났을 수 있지만, 아이가 보는 앞에서 화를 내고 사과를 요구할 경우 돌봄교실에서 아이의 통제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
이와 함께 웹툰 별점도 하락했다. 직전화까지 9점대 중반을 유지하던 별점은 4화에서 6대로 곤두박질쳤다. 5화 역시 7.09로 7점대를 턱걸이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닥터베르가 지적한 것처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고 해서 곧바로 '보육'이 '교육'으로 전환되는 시스템과 그 공백을 메워주는 돌봄교실의 부족함 등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닥터베르 작가 역시 자신의 블로그 댓글 등을 통해 "적어도 3~4시까지는 복불복이 아닌 안정적인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돌봄 인력 확충과 예산 확보, 더불어 교권 문제나 행정 부담 감소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보겠다"면서 관련 법안 입법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이 커지자 이 역시 중단하겠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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