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테크(수면기술) 스타트업 에이슬립의 이동헌 대표(29·사진)는 20일 “인공지능(AI)과 대규모 데이터 처리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면의 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표는 KAIST 석사 과정을 밟던 2020년 7월 연구실 동료 등과 함께 창업했다.
3년차 스타트업이지만 업계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수면 진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이슬립은 뇌파와 호흡 분석 등 복잡한 기존 측정 방식에서 벗어나 잠자는 사람의 호흡 소리를 AI로 분석해 수면의 질을 진단한다. 별도 장치를 몸에 장착하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켜놓으면 수면 상태를 간편하게 분석할 수 있다. 에이슬립은 미국 스탠퍼드대 수면센터, 분당서울대병원과 관련 기술을 고도화했다. 이런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 대표는 이달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길에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한다. 이번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20대 기업인은 이 대표와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단 두 명이다.
에이슬립은 1994년생 이 대표의 세 번째 창업 결과물이다. 법률자문 서비스, AI 기반 배터리 성능 점검 서비스 등을 내놨지만 고객 확보 실패로 사업을 접었다. 그는 “어렸을 때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중학교 시절부터 짧은 시간에 잠을 잘 자는 방법을 공부했다”며 “세 번째 창업을 고민하며 평생 관심사였던 수면 관련 서비스를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아이템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에서 찾았다. 2017년부터 매년 CES를 찾았다. 글로벌 슬립테크 시장이 커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 대표는 “숙면에 도움을 준다는 제품은 계속 나왔지만 그 성능을 제대로 평가하는 기술이나 서비스는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슬립테크산업의 핵심이지만 빈약했던 수면 진단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에이슬립은 호흡 소리 분석을 통한 수면 진단 기술을 개발했지만 협업 기업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이 대표는 “기술력이 좋아도 최고의 사업 전략은 영업에서 나온다”며 “LG전자,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 사옥 1층에서 사람들에게 명함을 며칠 동안 나눠줬다”고 했다. 1000장 이상 명함을 돌리고서야 LG전자에서 연락이 왔다. 삼성생명, 아모레퍼시픽도 에이슬립의 파트너사가 됐다.
에이슬립의 기술력은 해외에도 금세 알려졌다. 2021년 국내 최초로 미국 아마존의 협업 스타트업으로 선정됐다. 올해 CES에서는 프랑스 화장품업체 로레알 관계자가 에이슬립 전시관을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에이슬립은 올해 국내외 대기업과의 협업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에이슬립이 운영하는 앱 ‘슬립루틴’에 수면에 도움이 되는 기능도 추가한다. 이 대표는 “세계 최고의 수면 진단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해 수면 치료 등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주완/사진=최혁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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