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말 중국의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기로 하고 미국 상공회의소 등 핵심 산업 단체들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했다고 보도했다. 행정명령에는 미국 기업이 중국의 첨단 기술 기업에 신규 투자할 경우 정부에 보고해야 하며, 반도체 등 일부 핵심 분야에는 투자를 금지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생명공학, 청정에너지 등 5개 분야가 규제 대상으로 검토됐으나 생명공학과 청정에너지는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무부는 작년 7월부터 반도체 장비업체 KLA, 램리서치 등 3개사에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급의 반도체 생산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허가받도록 하는 등 견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 조항을 통해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자국 기업이 아니라도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경우엔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했다. 세부 규정에선 초과이익 일부를 미국 정부와 공유하도록 하고, 민감한 재무 자료 등을 요구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반도체뿐 아니라 첨단 기술 전반으로 제한의 폭을 넓히고 민감한 산업 분야 투자는 아예 금지하는 등 높은 수위의 규제가 포함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을 조기에 발표할 방침이었으나 민간 투자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은 전례가 없다는 내부 반론이 제기돼 연기했다. 그러나 그사이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 갈등이 심화하고, 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영공 침범 사건 등이 벌어지며 여론이 더욱 나빠져 규제 실행 속도가 빨라졌다.
미 의회는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가 안보를 위협하는지 검토하고 제재하는 법률을 만드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반도체, 대용량 배터리, 제약 및 바이오, 희토류, AI, 양자컴퓨팅, 극초음속, 금융기술, 로봇과 수중 드론 등 광범위한 분야가 규제 대상으로 거론된다. 미국 기업은 중국에 생산시설을 짓거나 중국 기업과 지식재산권이 이전될 수 있는 합작법인 설립, 벤처캐피털(VC)이나 사모펀드(PEF) 투자 등을 하기에 앞서 연방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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