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영국 왕관'…英 찰스3세 개인자산 3조원 육박

입력 2023-04-20 20:40   수정 2023-05-14 00:01

다음 달 6일 대관식을 치르는 영국의 새 국왕 찰스 3세의 개인 자산이 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막대한 부를 상속받으면서 모두 면세받는 왕실의 관습이 논란거리로 떠오르며 대관식 비용을 사비로 치르라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찰스 3세의 재산목록을 추적해 새 국왕의 개인 자산을 18억 1500만파운드(약 2조 9649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영국 국왕의 사유재산인 랭커스터 공국을 비롯해 왕실 재산관리회사인 ‘크라운 에스테이트(crown estate)’, 콘웰 공국 영지 등에 귀속된 보석, 예술품, 말, 자동차, 우표 등의 사유 자산 가치를 평가했다.

우선 찰스 3세가 소유한 고급 승용차는 총 23대에 달했다. 가디언이 버킹엄궁 등에 있는 국왕 사유지에 있는 승용차를 분석한 결과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재규어 등 대부분 고급 승용차로 분류되는 자동차다. 제조업체가 홍보 효과를 노려 윈저궁에 임차해주는 경우도 있다.

차량 소유권은 크라운 에스테이트가 갖는다. 국왕 개인의 사유 재산이 아니라 왕실 자산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의 딸인 요크 공녀 유제니는 지난해 9월 21억 상당의 롤스로이스를 타고 여왕 조문식에 참석했다. 유제니 공녀는 왕실이 관리하는 인물이 아니다. 왕실 재산이 사유 재산처럼 사용된다는 뜻이다.

찰스 3세가 소유한 부동산의 가치는 3억 3000만파운드(약 5435억원)로 추정된다. 대부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물려받은 휴양지다.

경주마 수집광이었던 여왕의 취향을 감안하면 찰스 3세가 물려받은 종마는 70여마리로 집계된다. 종마의 가치는 최소 2700만파운드(약 444억원)로 추산된다. 여왕이 수집한 예술품의 가치도 최소 2400만파운드(약 395억원)로 추정된다. 수집품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세는 없었다.

각국의 정상들로부터 선물 받은 우표와 보석도 찰스 3세의 재산을 증식하는 물품 중 하나다. 영국 왕실은 희소성이 높은 우표가 모두 모여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우표의 가치를 합산하면 1억파운드(약 1647억원)를 웃돌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왕이 수집한 보석 54점의 가치도 5억 3300만파운드(약 8779억원)에 이른다.

찰스 3세의 투자 자산도 6억 5330만파운드(약 1조 756억원)에 육박한다. 모두 랭커스터 공국에 귀속된 자산이다. 영국 의회의 감시를 받으며 '공적 자산'의 성격이 강한 크라운 에스테이트와 달리 랭커스터 공국의 자산은 모두 찰스 3세 국왕의 개인 재산이다. 랭커스터 공국에서 나온 수익금은 모두 국왕에게 귀속된다.

국왕의 사유 재산을 공적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수 세기 동안 수익금을 받았지만 납부한 세금은 한 푼도 없었다.

찰스 3세를 바라보는 영국 국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 18일 유고브(YouGov)가 영국 성인 42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다음 달 6일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의 대관식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인플레이션율이 10%를 웃돌며 생활비 위기가 심화한 탓이다. 공공 및 민간 부문 노동자들은 광범위한 파업에 돌입했다. 경제난 속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 군주제와 찰스 3세에 대한 영국인들의 냉랭한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찰스 3세의 대관식은 5월 6일 오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리는 900년 왕실 전통에 따른 국왕 즉위식을 시작으로 사흘 동안 열린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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