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번주 1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미국 중소은행들의 예대마진(대출·예금 금리 격차에 따른 이익)이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대규모 예금 이탈 우려는 잠재웠지만, 예금 금리 인상 조치로 인해 수익성 방어에는 실패한 것이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까지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한 미국 중소·지역은행들은 12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은 SVB 붕괴 혼란으로 인해 예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저축 예금에 지급하는 금리를 올려야 했다. 중소은행 경영진과 은행 전문 분석가들은 "1년여 전 시작된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금리 인상) 기조로 시중은행들이 더 큰 예대마진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봤던 전망과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티즌스파이낸셜은 "올 한해 대출 수익이 기대치의 절반에 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티즌스파이낸셜은 자산 규모 기준으로 미국에서 15번째로 큰 은행이다. 트루이스트도 "높은 예금 금리와 자금조달 비용 등을 감안하면 순이자 수익 전망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 실적 전망을 낮췄다. 트루이스트는 2019년 BB&T와 선트러스트의 합병으로 탄생한 은행이다. 이밖에 피프스 써드(Fifth Third), 자이언스(Zions) 등도 "올해 남은 기간 동안의 대출 수익 전망치를 하향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SVB 사태 이후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제공업체 EPFR에 따르면 3월초 이후 한달 간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총 44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쏠렸다. Fed 자료에 의하면 미국 전체 은행의 올해 1분기 예금 인출 규모는 6000억달러에 달했는데, 이중 4대 대형은행에서 유출된 규모는 10% 미만에 불과했다. 주로 중소은행 예금들이 안전한 피난처를 찾아 MMF에 몰려든 것이다.
뱅크런(대규모 현금 인출) 공포가 전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소은행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예금 금리를 올려야 했다. KBW의 미국 은행 리서치 책임자 크리스 맥그래티는 "(예대마진에 의존하던) 중소은행들의 구식 사업모델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들의 수익은 줄어들고 성장은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CFRA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알렉산더 요쿰도 "이들 은행의 순이자 마진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빨리 하락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론 오헨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들이 겪게 될 것은 수익성 문제이지 지급능력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중소은행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공개한 가운데, 예상 밖으로 선방한 중소은행도 있었다. 웨스턴 얼라이언스, US뱅코프 등이다. 웨스턴 얼라이언스는 "1분기 11% 가량 줄어들었던 예금 규모가 4월 들어 회복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웰스파고는 "웨스턴 얼라이언스는 분기당 20억달러에 달하는 예금과 두 자릿수 실질순자산(TBV) 등 탄탄한 실적을 자랑한다"며 "향후 주가는 61% 더 상승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 19일 기준 1주당 40달러대로 장을 마감했던 웨스턴 얼라이언스의 목표가를 65달러로 높였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20일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스톤이 미 중소은행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이들의 신용경색 위기를 해결하고 블랙스톤의 신용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