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에게 1000원짜리 아침밥 제공 문제로 여의도까지 시끌벅적하다. 여야 정치권은 서로 먼저 제안했다며 원조 논쟁까지 벌였다. 3000~5000원인 대학 내 아침 식사값을 학생은 1000원만 내고, 정부 지원 1000원에 나머지 비용은 대학이 부담한다는 게 1000원 밥값의 가격 구조다. 고물가 와중에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식당 음식값도 따라서 올랐다. 1000원 밥값은 대학생 주머니 사정을 덜어줄 정도가 됐고,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반면 정부 예산까지 투입해 1000원 아침 식사를 맞춰내면 점심과 저녁은? 그런 지원도 못하는 대학은? 대학생이 아닌 청년은? 하는 문제 제기가 이어진다. ‘작은 선의’가 정치권 개입으로 포퓰리즘 경쟁으로 비화했다. 대학가 1000원 아침값 확산, 마냥 좋은 일인가.
아침을 먹고 싶어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에게 매일 매일의 3000~5000원도 부담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또는 그 반대로 타지에서 유학 중인 학생은 원룸 등 주거비도 만만찮아 먹고 싶어도 아침 식사를 건너뛰기 십상이다. 풍요의 시대, 1인당 소득(GDP) 3만 달러를 넘은 대한민국에서 대학생에게 아침밥도 제공 못한다면 말이 되나. 더구나 한국은 190여 개 국가 중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다. 원조받던 저개발국에서 이제는 제3 세계에 매년 수조원의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하는 ‘잘사는 나라’다. 청년 대학생에게 실비의 밥을 제공하고 공부를 시키더라도 시키자.
국내에서는 쌀도 과잉 생산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여분의 쌀을 억지로 사들이는 판이다. 이런 여건에서 아침 결식률이 50%를 넘는 대학생에게 양질의 식사를 싼값에 제공해 아침 식사의 습관화를 통한 건강 증진과 쌀 소비 진작을 도모하자는 취지를 살려나가야 한다. 그냥 공짜가 아니라 본인이 1000원을 부담한다. 대학의 지원 분담이 있어 정부 부담도 크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 발표대로 연간 150만 명을 지원해도 현재 책정된 소요 예산은 15억8800만원에 그친다. 모든 학생이 대학으로 가서 아침밥을 먹는 것이 아닌 만큼 확대돼도 연간 수십억원이면 가능하다. 정부가 연간 639조원(2023년)을 지출하는 판에 몇십억원으로 이보다 ‘가성비’ 높은 정책이 또 있겠나.
대학생에 대한 특혜 문제도 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또래 청년들과의 차별 대우라는 불균형 문제도 봐야 한다. 열악한 중소기업 사업장에서 위험에 노출된 채 초과근무 하는 청년, 폭염과 혹한에서 농축산물을 키우는 10~20대, 작은 어선을 타고 사투를 벌이는 어업 종사 대학생 또래들이 낸 세금으로 상대적으로 미래 기대 수입이 더 많은 명문대 학생에게 값싼 아침밥을 제공하는 것에 산업현장 청년들은 동의할까. 그런 측면에서 정의로운 정책인가.
대학마다 재정난을 겪고 있어 지원 여력도 없다. 학생 식당 사정도 천차만별이어서 대학 간 또 하나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정부의 강압적 등록금 동결로 대학 여건은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 재정 여력이 없는 대학의 수준 저하는 일일이 말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강의·실험 실습·연구 등 대학 본질 기능을 살려 훌륭한 산업역군을 길러낼 궁리는 안 하고 언제까지 ‘밥 논쟁’ ‘급식 타령’이나 할 건가. 대학가 식당에 미칠 영향은 또 어떤가. 대학만 바라보며 세금 꼬박꼬박 내고 사업하는 식당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일은 아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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