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지난 19일자 로이터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한 것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나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다. 그렇다면 이런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할 책임이 러시아에 있지 않나. 그런데도 야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전쟁 개입이며 반러시아 적대행위”라는 러시아와 다름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의 이런 반응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전쟁을 도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공급한다면 양국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한 한국을 ‘비우호적 국가’로 지정했다.
양안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윤 대통령의 언급에 “불장난을 하는 자는 스스로를 태울 것”(친강 외교부 장관)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는 중국의 무례하고 오만한 고자세도 새삼스럽지 않다. 사드 보복, 문재인 전 대통령 방중 때의 홀대,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등을 통해 익히 경험한 바다. 더욱이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 제재에 대해 뒷문을 열어주고 무력화해온 당사자들이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유엔 제재나 결의안 채택도 앞장서서 막아주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도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 시험발사가 미국 탓이라며 북한을 감쌌다. 대중, 대러 관계가 중요하고 현지 진출 기업이나 다른 변수도 고려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할 말도 못해서야 되겠나. 국내 문제로 다투다가도 대외 문제에서는 힘을 합치는 게 정상이다. 지금 같은 국론 분열 획책을 과연 누가 즐길지 떠올려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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