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100%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카카오헤어샵 운영사인 와이어트 투자자에게 500억원을 물어줄 위기에 처했다. 2년 전 투자를 받으면서 체결한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 약정에 따라서다. 와이어트는 2021년 투자 유치 직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터지면서 투자자와의 갈등이 본격화한 곳이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와이어트 투자자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와 맺은 주주간계약(SHA)에 따라 오는 6월 말 풋옵션을 행사할 계획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와이어트 지분 24.1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500억원가량을 물어줘야 한다. 투자 원금에 연 4%의 이자율을 가산한 금액이다.
2021년 8월 와이어트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아주IB투자, 중소기업은행 등으로부터 486억원을 유치하면서 기업공개(IPO)를 약속했다. 이들의 와이어트 지분은 10%를 웃도는 규모다.
1988년 뷰티숍 고객관리 솔루션 개발 업체로 설립된 와이어트는 2015년 카카오 계열로 편입돼 모바일 미용실 예약 서비스 카카오헤어샵을 운영하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투자 유치 두 달 만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벌어졌다.
카카오는 카카오헤어샵을 포함한 계열사 정리를 약속하고 서비스도 철수했다. 와이어트는 지난해 매출 583억원, 영업손실 39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측은 2년째 와이어트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세부 계약 공개는 어렵지만 약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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