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건폭과 전쟁'에도…막무가내로 공사장 막아선 민노총

입력 2023-04-21 18:42   수정 2023-04-22 15:39


“경기 북부, 특히 의정부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조를 고용하지 않고 공사를 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우영건설 고위 임원 A씨는 21일 “민주노총이 지역의 절대 권력자이자 건설업계 룰을 만드는 집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건설현장 폭력행위 엄단 방침에도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속적으로 공사를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지역에서의 이런 힘을 믿는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북부지역은 민주노총 건설 노조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곳으로 꼽힌다.

◆경기북부, 민주노총 건설노조 아지트
의정부 고산지구 아파트 공사 현장을 막아선 이들은 민주노총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소속이다. 이 단체는 민주노총 건설 노조 내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980~1990년대 주사파 운동권 핵심 세력인 경기동부연합 출신이 주요 간부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복수의 노조가 나눠먹는 다른 지역과 달리 의정부 등 경기 북부지역은 민주노총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며 “그동안 경찰도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우영건설도 이런 지역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임원 A씨 역시 공사를 시작할 당시엔 “불합리한 요구를 해도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노조 요구대로 처음엔 총고용 인원 중 민주노총 조합원을 약 60~70% 채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민주노총 노조원을 추가 고용하라는 압박이 거세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일단 현장에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고용되면 비조합원 팀의 일을 방해하는 등 괴롭힘을 시작한다”며 “민주노총의 전형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비노조원보다 일당도 많이 받는 특혜를 누린다. 민주노총 노조원은 비노조원보다 일당이 평균 3만~5만원 정도 높다.

우영건설은 비노조원을 고용하면서 건설노조의 타깃이 됐다. 타워크레인으로 물건을 나를 때엔 물건을 위로 올리는 업무를 방해하고 근무 중 현장 내에서 피켓을 들고 불법 집회를 하는 식이다. 아침마다 별도의 집회도 시작했다. 지난 한 달 동안 공사는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졌다.
◆노조 방해로 20억원 손해
우영건설 측은 공사 지연과 중단으로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하루 1억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 노조 방해로 본 손해액만 20억원에 달한다. 우영건설은 지난달 폭행·업무방해·채용 강요 등의 혐의로 민주노총 건설 노조원들을 의정부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현장에 인력을 상주시키고 있지만 수사에 속도가 나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다. 임원 A씨는 “하루하루가 피를 말리는데 경찰은 법적 절차를 운운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상급기관으로 이관시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영건설은 전국에 10여 개의 사업장이 있다. 이번 사태로 노조의 추가 보복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 건설노조 출신인 40대 인부는 “한 지역에서 문제가 불거지면 민주노총 전체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해당 회사에 대한 태업 명령이 떨어진다”며 “민주노총 지도부도 일단 의정부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오/안정훈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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