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프리드와 에밀리는 각각 작가의 아버지와 어머니 이름이다. 책을 쓴 레싱은 서문에서 “두 사람 다 제1차 세계대전의 피해자였다”고 썼다. 아버지 앨프리드는 전장에서 한쪽 다리를 잃고 나무 의족을 달았다. 어머니 에밀리는 간호사로 일하다 부상병이던 앨프리드와 만나 결혼했다.
책은 소설과 회고록을 한 권에 담은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제1부는 중편소설이다. 레싱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결혼하지 않고 친구로 지내면서 각자의 삶을 꾸리는 것으로 나온다. 제2부는 회고록이다. 전쟁이 남긴 외적·내적 상처를 끌어안고 아프리카 식민지 농장에서 고군분투했던 가족의 실제 삶을 그린다.
레싱이 책을 펴낸 건 노벨문학상을 받은 다음 해인 2008년이다. 자신의 죽음이 머지않았다고 느낀 그는 자신의 유년 시절, 그리고 고생만 하다 세상을 떠난 부모를 떠올렸다. 이제는 레싱도 세상을 떠나고, 모든 게 과거의 일이 됐다. 하지만 다사다난했던 가족의 삶은 책으로 남아 우리에게 말한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고, 힘든 가운데서도 소중한 추억은 쌓일 수 있다고.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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