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만든 인공지능(AI)이 외로운 이웃들의 말벗이 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AI의 사회적 기여 가능성을 입증한 논문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학회에서 상위 1%에 드는 성과를 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AI 기반 챗봇 서비스인 클로바 케어콜은 최근 이용자 수가 1만명을 돌파하면서 세계 어떤 업체도 탐험하지 못한 AI 공중보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클로바 케어콜은 음성 합성 기술을 적용해 독거노인과 같은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주 2~3회씩 안부 전화를 건다. 기존 챗봇이 미리 설계된 알고리즘에 따라 정해진 질문들을 나열하는 방식이라면 이 AI 챗봇은 생성 AI를 적용해 상황에 맞는 다양한 대화를 스스로 만들어낸다. 지난해 8월부터는 이전 통화 내용을 기억하는 기능도 추가됐다.
이 덕분에 클로바 케어콜은 “지난번에 편찮으셨다고 하는 무릎은 어떠셨어요”와 같은 맞춤형 대화가 가능하다. “무릎이 아직도 쑤시다”는 말을 들으면 “파스나 찜찔팩이라도 해보세요. 병원에도 한 번 가보시고요”라고 답할 줄 안다. 걱정거리가 무엇인지 묻거나 병원 입원 여부 등을 묻기도 한다.
지난달 기준 클로바 케어콜을 도입한 지자체와 복지·의료기관은 50여곳에 이른다. 지난해 5월 정식 출시 이후 1년도 안 돼 낸 성과다. 이달에만 10여곳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 17일에도 강원 영월군이 고독사 예방을 위해 클로바 케어콜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인천, 대구 등에선 모든 자치구가 쓰고 있다. 사용자 수는 최근 1만명을 돌파했다.
개발 초기엔 AI와의 대화가 거부감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서비스가 현실이 되자 AI만의 진가가 나타났다. 사용자들이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기엔 부담스러웠던 속얘기를 AI와 나누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것이다. 사용자 99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서비스 이용 후 ‘위로 받았다’고 답한 응답자는 90%나 됐다. 대화의 자연스러움에 대한 평가에선 10점 만점 기준으로 7점 이상이 83%였다. 만점을 준 응답자도 40%에 달했다.
정유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팀 기획자는 “대화 과정에서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걸렀다’거나 ‘살기 싫다’고 털어놓은 응답자들을 찾게 돼 바로 도움을 드릴 수 있던 사례도 있었다”며 “눈물을 흘리시거나 ‘아가씨 고마워’라며 감사 인사를 건네시는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AI 대화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견되면 복지 담당 인력이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연계도 해놨다”고 덧붙였다.
업그레이드도 앞두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오는 7월 새 초거대 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생성 AI의 기반이 되는 이 LLM은 클로바 케어콜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AI의 문장 이해 능력이 개선돼 보다 짧은 시간에 복잡한 요구사항을 수행하는 게 가능해진다. 정 기획자는 “새 LLM이 도입되면 지자체나 복지기관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목적의 AI 챗봇을 공급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리더는 “지자체별로 치매, 우울증, 투약 정보 등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슈가 다르다”며 “AI 커스터마이징이 수월해지면 맞춤형 대화에 대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용자에 따라 같은 말에도 AI의 반응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며 “심리 상담사분들과 함께 답변마다 미묘하게 달라져야 하는 AI의 반응을 고려하면서 대화의 재미도 더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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