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임차인이 집주인을 상대로 경매를 신청한 빌라(다세대) 물건은 5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33건, 2월 43건 등 매달 증가하는 추세다.
역전세 현상이 두드러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도 증가세가 가파르다. 작년 하반기(7~12월) 수도권에서 임차인이 집주인을 상대로 경매를 신청한 규모는 총 521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같은 기간(410건)보다 100건 이상 늘었다.
경매는 크게 임의경매와 강제경매로 나뉘는데, 세입자가 집주인을 대상으로 경매를 신청하는 건 강제경매로 분류된다. 임의경매는 채권자가 법적 절차 없이 바로 집을 경매로 넘길 수 있다.
예컨대 집주인이 원리금을 석 달 이상 연체하면 은행이 담보로 잡힌 집을 경매로 넘긴다.
강제경매는 법원 판결을 거쳐 경매를 진행하는 경우다. 대체로 개인 간 돈거래에서 비롯된다. 임차인이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빌려준 것인 만큼 집주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준다고 버티면 세입자는 강제경매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대항력(전입 신고 일자와 확정일자가 다른 권리보다 빨라 우선 배당권 보유)을 갖춘 세입자는 낙찰가가 보증금보다 낮더라도 보증금을 전액 받을 수 있다. 경매 시장에서 ‘깡통전세’(매매가보다 전셋값이 높은 주택)를 아무도 사지 않으려는 것도 선순위 보증금 때문이다.
이런 경우 임차인이 ‘셀프 낙찰’을 받기도 한다. 최근 매각된 서울 은평구 A빌라(전용면적 30㎡)는 전세보증금 1억500만원이 감정가(1억300만원)보다 높은 전형적인 ‘깡통주택’이었다.
이 물건은 일곱 차례 유찰된 뒤 세입자가 낙찰받았다. 세입자는 감정가(1억300만원)의 21%인 2000여만원을 낙찰금으로 썼지만 낙찰금이 세입자 본인에게 전액 배당하는 만큼 사실상 전세보증금에 집을 매입한 셈이다. 지방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금은 임차인 보증금보다 먼저 떼기 때문에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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